시민을 위한 방패인가, 시민을 향한 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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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길 기자
  • 승인 2022.03.22 13:43
  • 호수 14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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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
출처 : 연합뉴스

 

‘경찰관 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 개정안’에는 경찰관이 살인, 상해, 폭행, 강간 등의 일부 범죄에 대한 직무 수행 중 발생한 피해에 고의나 중대 과실이 없으면 형을 감면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 [View 1] 층간소음 피해자 A 씨
어제 내가 살던 건물에서 층간소음 시비가 벌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테이저건을 사용해 가해자 B 씨를 바로 제압했다. B 씨가 손에 흉기를 들고 있었기에 만약 바로 제압하지 못했다면 경찰관뿐 아니라 현장에 있었던 나까지도 위험할 뻔한 상황이었다. 


법 개정 이전까지는 경찰관에게 직접 적용되는 면책 조항이 없어 위험한 상황에서도 출동한 경찰관이 가해자를 진압하는 것에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정당한 법 집행을 했음에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과잉 진압이란 비난을 받은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있기도 했다. 경직법의 개정은 경찰관들의 법적 면책과 더불어 심적 부담감 완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경찰관 면책 조항을 시행 중인 미국에서는 해당 조항 덕분에 경찰들이 임무 중 죽거나 다치는 경우가 적다. 작년 한 해 범인의 총격으로 사망한 미국 경찰은 64명, 전체 인원인 70만여 명의 0.01%에 불과하다. 이 사례로 경찰관 면책 조항을 통한 과감한 범인 진압이 가능해지면서 경찰관의 안전에 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직법에 경찰관 면책 조항을 신설함으로써 경찰관과 시민의 안전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됐다. 현재는 특정 상황에만 한정돼있는 반쪽짜리 법안이다. 추후 개정을 통해서 경찰관과 시민의 안전을 더욱 확실히 지켜야 한다. 

 

 

● [View 2] 인권 변호사 C 씨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권리는 기본권이지만, 이번에 개정된 경직법은 그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오랫동안 인권 변호사로 활동한 나는 현재 경찰관으로부터 상해를 입은 D 씨를 변호하고 있다. 경찰은 D 씨의 행동에 따른 자신들의 대응이 경직법 적용 대상이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D 씨는 시위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경찰과의 신체적 접촉이 있었고, 경찰이 대응하는 과정에서 방패로 D 씨를 가격해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D 씨의 행동을 폭행으로 간주하며 경찰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형법 20조에서는 이미 ‘법령에 의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경찰관의 직무 중 발생하는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하고 있다. 해당 조항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경찰관 면책 조항을 신설하는 것은 엄연한 중복 입법이며 불필요한 개정이다.


공권력의 강화를 위해 경찰관 면책 조항을 시행한 영국에서는 작년에만 진압 과정에서 191명이 사망했다. 경직법 개정 이후 우리나라 상황이 영국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경찰에게 통제 불가능한 초법적 권력을 주는 면책 조항은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지난달 3일, 경직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 법률의 본회의 상정 전부터 경찰관 안전을 위해 필요한 개정이라는 의견과 과도한 면책 조항으로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왔다. 결국 특정 범죄에만 해당 법률을 적용하기로 합의하며 법안을 개정했다. 그러나 현재의 입법으로는 경찰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목소리와 이마저도 기본권 침해라는 주장이 상충하고 있다.


기본권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시돼야 할 권리다. 경직법 개정으로 인해 시민이 범죄로부터 자신의 기본권을 지킬 수도 있지만, 오히려 경찰로부터 그 기본권을 침해당할 수도 있게 됐다.


경직법 개정안은 출동한 경찰관과 현장의 신고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입법이지만, 세밀한 규정이 정해져 있지 않아 오히려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민의 기본권과 연관된 문제이기에 더욱 신중한 고민과 토의를 거쳐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경직법 개정안은 경찰관의 안전과 시민의 기본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신동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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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gshin2271@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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