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속 성소수자 이야기
뮤지컬 속 성소수자 이야기
  •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 승인 2022.03.22 16:26
  • 호수 14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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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성소수자
▲ <헤드윅>에 출연한 이규형 배우의 모습이다.

 

뮤지컬은 늘 새로운 소재를 갈망한다. 솔깃하게 들리고 공감대도 자아낼 수 있는 참신한 이야기를 원한다. 폭넓고 다양한 소재, 별나거나 독특한 캐릭터들이 관객을 유혹한다. 주류에서 벗어나 일탈과 실험, 혁신과 파격을 선보이는 무대가 흥행하기도 한다. 


뮤지컬에서 만나는 성소수자의 이야기들은 그래서 이색적이고 또 흥미롭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헤드윅>이 있다. 이데올로기 분쟁이 심각하던 시절, 동독을 벗어나기 위해 트랜스젠더의 삶을 선택하지만 잘못된 성전환 수술로 1인치 살덩어리를 안고 사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처음엔 별난 그녀의 넋두리에 귀를 기울이던 관객들이 점차 ‘인간’ 헤드윅을 이해하고 그녀의 생각과 시각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 재미 요소다. 독특한 성 정체성만큼이나 감성적인 노래들이 이채롭게 등장하는데, 특히 강렬한 비트가 담긴 록 음악을 통해 그녀의 감춰진 사연들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인간은 원래 두 사람이 한 몸이었으나, 그들의 교만과 신들의 질투로 갈리고 찢겼으며 그로부터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그리워하게 된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고대 희랍의 신화를 덧입히고, 여기에 다시 이집트의 다신교나 인디언 신들까지 더해 묘한 분위기를 완성한 노래 ‘사랑의 기원’은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사랑받은 이 작품 최고의 넘버다. 


<쓰릴 미>도 있다. 자신을 니체의 초인이라 여길 만큼 똑똑하고 장래가 촉망받던 두 청년이 이유 없는 살인을 저지른다. 한 명은 폭력을 통한 자극을 원했고, 다른 한 명은 그런 그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열정적인 팬들을 몰고 다니는 미남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극 안에서 이들은 모두 성소수자다. 키스와 같이 거침없는 애정행각을 벌이는 것과 같이 사실적인 묘사도 등장하지만 열광하는 객석의 반응은 무척 뜨겁다. 


무대 위 성소수자의 등장을 단순히 충격적인 캐릭터를 통한 별난 자극쯤으로만 여긴다면 절반의 이해에 불과하다. 이런 작품들의 진정한 묘미는 성 정체성 그 자체보다 이들을 통한 인격적 성숙이나 인간적 공감대에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대는 이들 성소수자들을 통해 자기자신을 ‘정상’이라 부르는 사람들의 위선과 이중성을 풍자하는 경우가 많다. 자극 뒤에 숨겨진 보편적 감동을 찾아낼 때 비로소 감상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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