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아낌없는 선물에 보답하는 날
나무의 아낌없는 선물에 보답하는 날
  • 윤다운 기자
  • 승인 2022.04.05 14:18
  • 호수 14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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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식목일 나무 심기

1년 중 단 하루, 우리 주변을 더욱 푸르게 만들 수 있는 날이 있다. 바로 4월 5일 식목일이다. 강원과 경북의 산불,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올해는 나무의 소중함이 한층 더 각별하게 다가온다. 식목일이 처음 제정된 1949년의 4월 5일의 기온이 올해 3월 중순 기온과 같다는 사실은 지구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듯하다. 기자는 나무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면서도 나무를 위한 일을 해본 적이 없었음을 깨달았다.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4월 5일의 식목일이 올해가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오늘 하루만큼은 나무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 


기자의 집 뒤편엔 작은 텃밭이 있다. 어렸을 때 할머니의 푸성귀 농사에 몇 번 참여했으나, 기자가 심는 식물은 번번이 실패했다. 그 바람에 할머니의 축객령을 받고 구경꾼 역할을 했었다. 그러나 오늘은 식목일. 그 이름에 걸맞게 나무 한 그루를 꼭 심고 말겠다는 의지로 금줄을 넘었다. 우선 할머니께 땅 한쪽을 내달라며 허락을 구해놓고 집 근처 화훼시장으로 향했다. 


난생처음 방문한 화훼시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묘목이 즐비했다. 식물에는 손톱만큼의 관심도 없던 기자도 여기 있는 모든 나무를 길러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할 정도로 아기자기한 묘목들이 눈길을 끌었다. 나무 대부분이 1~2년생이라 이름표를 봐야만 종 식별이 가능했지만, 기자가 알던 나무와 너무 다르게 생긴 묘목이 어떻게 성장할지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마냥 구경만 할 수는 없는 법. 사과, 감, 체리 나무 사이를 돌아다니다 ‘초보자도 쉽게 기를 수 있어요’라는 문구를 발견하고는 홀린 듯이 앵두 묘목 한 주를 집어 들고 외쳤다. “이거 얼마에요?” 

 

▲ 기자가 앵두 묘목을 심고 있다.

 

8천 원이라는 가벼운 몸값처럼 1년생 앵두 묘목은 ‘이게 나무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가냘팠다. 집에 돌아온 기자는 곧바로 호미를 들고 뿌리가 다 들어갈 만큼 깊게 땅을 팠다. 묘목을 넣은 후 두텁게 흙을 덮어준 뒤 주변 흙이 흠뻑 젖을 만큼 물을 주면 나무 심기는 끝이다. 나무를 심는 일은 어려울 것 같았으나 실제론 상추를 심는 것만큼 간단했다. 이렇게 쉬운 줄 알았다면 진작에 시도해볼 걸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기다림뿐.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무를 심기가 무섭게 기자는 앵두 수확 시기를 검색하고 있었다. 과연 이 작은 나무가 올해 안에 꽃과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생각하다 퍼뜩 나무를 심기로 한 이유를 떠올렸다. 늘 나무에게 받기만 했으니 이제는 작게라도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을 또 잊을 뻔했다. 그럼 이제 나무에 바랄 것은 건강하게 자라는 것 하나뿐이다. 

▲ 메타버스로 나무 두 그루를 더 심었다.
▲ 메타버스로 나무 두 그루를 더 심었다.

 

나무를 위해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찾던 중 기자는 집안에서도 나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했다. ‘세컨포레스트’와 산림청이 주관하는 ‘내 나무 갖기 캠페인’이었다. 캠페인의 내용은 메타버스 ‘세컨블록’에 나무 한 그루를 심으면 산불 지역 ‘회복의 숲’에 실제 나무 두 그루가 심긴다는 것이다. 심지어 가상나무 심기에 성공하면 ‘그루콘’이라는 나무 교환권을 줘 전국의 나무 시장에서 실제 묘목으로 교환할 수 있었다.


온라인에서도 쉽게 나무를 위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자는 세컨포레스트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한 후 가상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5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심은 가상나무로 실제 나무 두 그루가 심긴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밀려왔다.


식목일을 맞아, 나무를 위해 무언가를 하자는 생각에 온·오프라인에서 나무를 심었다. 그러나 사실 알고 보면 나무를 위해 하는 일은 결국 인간을 위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바쁜 일상 속 나무를 심는 일이 동떨어진 일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나무가 있기에 살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더 많은 이들이 더 늦기 전에 나무를 위한, 그리고 인간을 위한 뜻깊은 일을 경험하길 바란다. 

 

윤다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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