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진 학생의 목소리, 위기의 대학언론
작아진 학생의 목소리, 위기의 대학언론
  • 신동길·윤성원 기자·김다희 수습기자
  • 승인 2022.05.10 11:38
  • 호수 14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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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대학 민주주의의 상징
일러스트 김민서 수습기자

 

Prologue

대학언론은 ‘대학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각 대학 언론기구는 학교 안팎의 중차대한 소식을 전달하며 학생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오늘날 대학언론은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대학언론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과 기자 충원 문제로 인한 인력난은 대다수의 대학언론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에 갈수록 심해지는 대학언론의 위기와 그 해답에 대해 취재했다.

 

외면받는 대학언론

대학언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지난 2일부터 어제까지 일주일간 「대학 신문에 대한 재학생 인식 조사」를 실시했지만, 그 응답자는 17명에 불과했다. 표본이 너무 적어 제대로 된 설문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재학생들은 대학언론에 대한 무관심의 원인으로 부족한 홍보를 꼽았다. 조송희(정보통계·2) 씨는 “요즘은 정보를 휴대전화로 얻는 경우가 많다”며 온라인 매체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남겼다. 신문이 놓인 항아리나 가판대가 눈에 띄지 않는다며 배포 장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윤정(광고홍보·2) 씨는 “대학언론만이 제공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룰 필요성이 있다”면서 대학언론만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학생들의 관심 부족과 학교의 지원 감소는 여러 대학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한양대 학보사 ‘한대신문’의 임윤지(24) 편집국장은 “시간이 갈수록 대학언론의 위기가 더 심화된다고 느낀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신문사 예산이 10% 감축돼 삭감된 원고료를 받아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자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부족한 인원으로 신문을 발행하느라 업무 부담이 늘었다”고 토로했다. 

 

‘공론장’ 역할을 잃어버리다

대학언론이 제 사명을 다하지 못하는 것도 위기다. 김지원(커뮤니케이션) 교수는 “대학언론의 의미는 공론장 형성에 이바지하며 생긴다”며 “공론장 형성 기능 약화가 대학언론의 위기로 다가온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언론인네트워크’ 황치웅(27) 전 의장은 “예전엔 대학언론이 학내 의제 형성 역할을 했지만, 요즘은 오히려 학생들의 의견이나 커뮤니티 여론에 대학언론이 따라가기 급급한 현실”이라며 대학언론의 존재 가치에 물음을 던져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신문을 발행하고 언론사를 운영하기 위한 예산을 학교에서 지급하기에, 대부분의 대학 언론은 학교 소속일 수밖에 없다. 이는 학교 비판적 기사에 대한 학교 측의 검열을 가능케 할 여지가 있다. 실제로 2019년 서강대 학보사 ‘서강학보’는 이사회 및 총장 관련 보도를 학교 측이 불허하자 백지 발행을 통해 항의하기도 했으며, 작년에는 숭실대 학보사 ‘숭대시보’가 총장 비판 기사를 내자 총장이 기자를 전원 해임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학교 소속이라는 한계로 인해 대학신문이 ‘공론장 형성’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자, 이해관계에 구속받지 않고 학내 이슈를 다룰 수 있는 독립언론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독립언론은 학보사나 교지에 비해 체계나 예산, 장학금과 사무실 등 현실적인 부분의 어려움 때문에 명맥이 끊길 위기다. 독립언론이 지속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대학알리’를 창간한 차종관(26) 대학알리 자문위원은 “독립언론에 대한 인프라 무상 제공을 포함한 여러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며 독립언론의 명맥을 잇기 위한 노력을 전했다. 독립언론의 존속과 발전은 대학언론의 위기를 타개할 하나의 대책이지만, 독립언론이 안정화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변화를 꾀하는 대학언론

대학언론, 그중에서도 학보사는 지면 발행을 고수해왔다. 학보의 전통을 잇기 위한 지면 발행은 오히려 학우들의 관심 저하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지면 발행만으로는 학우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더욱 어려워졌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대학언론은 뉴미디어의 비중을 늘렸다. 서울대 학보사 ‘대학신문’은 2020학년도 2학기에 뉴미디어부를 신설한 후 여러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대학신문 김혜원(23) 뉴미디어부장은 “매체 변화에 발맞추고 학생들에게 익숙한 소통 창구를 만들기 위해 부서를 신설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대학신문에서는 ‘유튜브’를 통해  다큐멘터리, 인터뷰, 취재 비하인드 등 다양한 주제의 영상을 올리며, ‘인스타그램’으로 지면 발행 기사를 일부 업로드하고 있다. 김 부장은 “뉴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학우들의 반응이 괜찮다”며 뉴미디어 활용에 대한 긍정적 견해를 밝혔다.

대학언론의 뉴미디어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젠 뉴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 학보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독자가 없으면 대학언론의 존재 의미도 사라지는 것과 다름없다. 대학언론은 살아남기 위해 지금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Epilogue
정론직필(正論直筆), 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을 그대로 전달한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이 단어처럼 대학언론은 심도 있는 취재와 보도를 통해 교내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학생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또한 변화하는 시대를 수용하고 독자와 소통하며 그들이 다시 대학언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비로소 그때, 대학언론은 길고 긴 위기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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