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게 세상을 전하는 일
담백하게 세상을 전하는 일
  • 강서영 기자
  • 승인 2022.05.10 13:18
  • 호수 14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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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최근 바닥난 체력과 정신 탓에 기자의 초심을 잊고 있었다. 취재원과의 인터뷰, 기사 작성, 정기회의라는 빽빽한 일정 속에 어떤 감정을 느낄 새도 없이 시간에 쫓겨 일을 수행했다. 일이 바빠 고개를 드는 시간이 줄었고, 정신을 차리면 해가 졌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과 쉴 틈 없이 발행되는 결과물 사이에서 능력의 한계를 겪으며 무엇을 위해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지 고민도 거듭했다.


치열한 심리적 갈등을 겪고 있던 기자는 본지 12면 취재를 위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를 방문했다.


기자가 발견한 사실은 그곳에서 만난 직원들은 모두 동물을 좋아해서 그 애정이 현재의 직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들이 기자에게 야생동물들의 이야기들을 전해줄 때는 의심할 여지 없이 동물들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은 야생동물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티 내지도, 들키지도 않았다. 방생할 동물들이 자연에서 빠른 적응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은 사람을 경계해야만 하며, 이를 위해서는 보살피는 기간 동안 정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일반적인 병원의 경우 치료가 끝난 환자는 의사에게 감사하다는 마무리 인사를 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육사는 동물과 끊임없는 소통으로 가족 같은 관계를 형성한다. 그러나 야생동물을 치료할 땐, 최소한의 접촉을 진행한다. 이들에겐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것이 사랑을 주는 방식이다. 동물을 사랑했기에 옆에서 애정을 주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야생동물들에게 자유를 주려는 그들에게서 강인한 직업 정신이 보였다. 동물의 안식처로서 구조센터는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그 역할과 초심을 지켜내고 있었다.


멀리서만 바라보면 몰랐을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이들과의 진중한 대화를 기사로 작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쓰기 시작했다. 기자가 취재를 마치고 재활관리사와 헤어짐을 고할 무렵, 그는 사실 단대신문의 과거 기사들을 읽고 취재를 맡기고 싶었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 말에 기자는 왜 기사를 써왔는지, 왜 신문기자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는지 초심을 되찾았다. 


기자는 다양한 사람들이 가진 이야기와 사실을 사회에 전하기 위해 단대신문에 들어왔다. 숨어있던 이야기가 사회에 숨을 틀 수 있게 하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었다. 그 과정에서 항상 업무의 기쁨을 느끼고 얻은 열정이 여기까지 기자를 이끈 것이다.


지금까지 만났던 취재원들은 기자에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런 상황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한 편의 기사를 완성하는 것이 기자의 낙이자 초심이었다.


사람이 사는 세상은, 지금 이 순간도 끊임없는 변화가 발생한다. 그 속에서 기자는 많은 사람을 만나 과분할 만큼의 대화를 나눴다. 그러면서 세상을 배웠고 사람을 이해했다. 기자는 그 배움에 감사하며 되찾은 초심으로 하루하루를 더 진정한 기자로 나아갈 것이다.

강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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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stzero@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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