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젊은 날 5월은 잔인한 달 또다시 맞이하며…!
내 인생의 젊은 날 5월은 잔인한 달 또다시 맞이하며…!
  • 이은재(무역) 교수
  • 승인 2022.05.10 13:26
  • 호수 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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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재(무역) 교수
이은재(무역) 교수

 

5월 하면 사람들은 가정의 달로 근로자의 날, 스승의 날 등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것이다. 내 청춘 시절…! 5월은 늘 잔인한 달이었다.


극작가이며 시인인 T. S. 엘리엇은 「황무지」에서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주었다.”


위 장편 시는 황무지로 표현된 3천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피비린내 나는 1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전후의 참상,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표현했다고 해석한다. 엘리엇의 표현은 제 ‘젊은 시절의 5월’일 수 있다.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은 비극의 시작이었고, 1983년 한남동 캠퍼스의 앳된 새내기에서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촌로가 돼 가는 지금도 마음 한구석에는 죄책감에 착잡하다.


박일문의 소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읽으며, 이승을 떠나 홀연 불꽃이 돼 먼저 간 고교 동창 김세진 열사를 기리며, 방에서 이불을 쓰고 목 놓아 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금도 긴 머리 찰랑이던 어여뿐 친구의 얼굴이 그립다.


오늘 새로운 민주 정부가 들어선다. 민주적 헌정질서를 유린해 ‘인간성’을 말살하고, 동족을 편 가르고 증오하게 만드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군인들이 총칼을 앞세워 동족을 살상한 ‘잔인함’은 상경관 입구에 자리한 민족시인 신동엽 선배의 시비 「껍데기는 가라」에서 포효했듯이, 온전히 ‘5월의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물러가고, 통합의 정신으로 화합, 치유하는 5월이 돼 새로운 5년으로 트라우마도 극복하고 싶다는 바람을 갈망한다.


잔인함과 인간성 상실은 시기와 관계없이 탐욕과 무능에서 발생한다. 민주적 의사결정보다 의견이 다르면 폭력을 통해 마키아벨리의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킨다”는 논리처럼 생명까지 앗아가며 뜻을 이룬다.


우리 민족이 겪었던 동족상잔의 비극 6·25와 작금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목도하며, 21세기에도 반인륜적 전쟁 범죄가 ‘잔인한 5월’을 증명하는 듯하다. 사무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호하지 않아도 내 기억, 우리의 소망, 전 세계 인류의 희망 속에 겨울 동안 언 땅이 녹고 새싹이 움트고 마른 가지에서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열리며 화사한 꽃들이 만발하는 우리가 바라는 사랑과 평화가 긷든 계절의 여왕인 5월을, 부디 ‘가정의 달’ 5월을 이제는 한없이 누리고 행복해하고 싶다.


잔인한 5월의 문 앞에 서서, 나는 니체의 ‘힘에의 의지’를 바탕으로 초인의 결기로 김수영 시인의 「풀」에서 표현하듯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그렇게 모든 시련에도 늘 먼저 웃는 우리가 되고 싶은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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