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지 없는 비행, 코시국 신종 여행법
도착지 없는 비행, 코시국 신종 여행법
  • 박아영 기자
  • 승인 2022.05.10 13:22
  • 호수 14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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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무착륙 관광비행

지난 2월 24일, 온라인으로 신청해둔 차세대 전자여권(이하 여권)을 수령하기 위해 기자는 설렌 마음으로 구청을 방문했다. 지금과 달리 아직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던 시기였고, 하늘길이 막혔던 때였다. 그런데도 기자가 여권을 발급받았던 이유는 바로 ‘무착륙 관광비행’을 하기 위해서였다. 


무착륙 관광비행은 말 그대로 목적지에 내리지 않고 상공만 날다가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이벤트 비행이다. 코로나19로 국제선 운항이 멈추자 항공과 면세업계를 살리는 차원에서 시작된 항공사의 `궁여지책'이라고 볼 수 있다. 기내 면세품을 살 수 있다는 점과 한동안 느끼지 못했던 해외여행 기분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국민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기자 또한 목적지에 착륙하지 않는 비행이 궁금해져 항공권을 예매하기로 했다.

▲ 항공사 직원이 비표를 나눠주고 있다.
▲ 항공사 직원이 기념품과 비표를 나눠주고 있다.

항공권 예매 앱을 통해 `에어서울'에서 진행하는 코타키나발루 여행 테마 무착륙 관광비행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비행은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대구-부산-후쿠오카-문경새재 상공을 거쳐 다시 김포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일반 무착륙 관광비행도 아닌 코타키나발루 테마라니. 여정과 상이한 테마였지만, 기념품과 이벤트로 따뜻한 남쪽 나라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특별함에 빠르게 항공권을 결제했다. 항공권 예약 후 휴대전화를 통해 탑승 수속 안내, 수화물 안내, 예약 주차장 안내 등 각종 알림을 받았다. 특이한 점은 ‘여권 필수 지참’이었다. 착륙하지는 않지만, 타국 영공을 여행한다고 볼 수 있어 국제선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여권을 소지해야 했다.

▲  항공사 직원에게 받은 기념품과 면세품으로 집 가는 길 양손이 무거웠다.
▲ 항공사 직원에게 받은 기념품과 면세품으로 집 가는 길 양손이 무거웠다.

비행 당일, 기자는 들뜬 기분으로 여권과 작은 가방, 카메라를 챙겨 집을 나섰다. 보통 국제선 짐은 큰 캐리어에 가득 챙겨도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한 손만 한 작은 가방 안에 모든 짐이 다 들어가 새로웠다. 무착륙 관광비행은 웹 체크인과 공항에 설치된 키오스크의 셀프 체크인 서비스 사용이 불가능해 직접 에어서울 카운터에 방문해 항공권을 수령했다. 그 과정에서 직원으로부터 에코백, 사바 테놈 커피, 리타이 목걸이 등 코타키나발루 기념품과 무착륙 관광비행 세관통관 안내 사항, 비표를 받았다.

▲  아직 하늘길이 막혀있을 때라 면세점을 이용하는 승객이 많지 않았다.
▲ 면세점 직원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무착륙 관광비행 탑승객은 해외 출·입국객과 동선 분리를 위해 목에 전용 비표를 항상 차야 하고, 지정된 구역만 이용할 수 있어 탑승동으로의 이동이 제한된다. 기자는 공항에서 출국심사를 마친 후 곧바로 쇼핑을 위해 공항 면세점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도착하니 양손에 면세품으로 가득 찬 비닐백을 들고 있는 승객들을 볼 수 있었다. 쇼핑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을 보니 비행 그 자체보다는 면세품을 목적으로 해당 비행을 이용하는 이들이 더 많은 듯했다. 그곳에서 기자도 평소에 유심히 보고 있었던 물품을 저렴하게 구매했다.

▲  비행기 내부 모습.
▲ 비행기 내부 모습. 무착륙 관광 비행을 이용하는 승객이 꽤 많았다.

 

▲ 비행기에서 바라본 일본의 경치는 가히 장관이다.
▲ 비행기에서 바라본 일본의 경치는 가히 장관이다.

공항 면세점 쇼핑을 마치고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했다. 많은 승객이 두 손 무겁게 면세품을 들고 와 좌석 위 짐칸이 가득 찼다. 이륙 후 1시간이 지났을까, 일본 상공에 도달했다. 햇빛에 반사돼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실 기자는 해외 영공까지 날아왔으나 내리지 못하고 비행기 내에만 머물러야 해서 아쉬웠다. 하지만 “특별한 비행을 통해 잠시나마 여행이 주는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원한다”는 기장의 말이 흘러나오자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다.

▲  구매 물품에 대한 신고서를 작성했다.
▲ 구매 물품에 대한 신고서를 작성했다.
▲  승객들이 열심히 게임에 참가하고 있다.
▲ 승객들이 열심히 게임에 참가하고 있다.

기장의 말이 끝나자 잠시 기체가 기우뚱하더니 김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자가 그토록 기다렸던 기내 이벤트가 진행됐다. 가위바위보 게임과 OX 퀴즈를 진행했는데, 이기면 현지 숙박권과 같은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아쉽게도 기자는 최종 3명이 남겨졌을 때 떨어져 상품을 받지 못했다. 1시간 45분의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동안 특별한 경험을 한 기자는 이번 비행을 통해 더욱 ‘여행의 맛’을 알게 됐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기자는 곧바로 여름 방학 여행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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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young@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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