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가족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23. 가족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 천미르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2.05.17 13:24
  • 호수 14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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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이하 거리두기) 제한을 핑계로 그동안 내려가지 않았던 고향. 거리두기도 해제되고, 가정의 달도 맞이한 겸 부모님을 뵈러 내려가야겠다. 부모님과 오랜만에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어색하기도 하지만, 편안한 본가에 있는 이 순간이 천국이 아닐까. 한 상 가득 차려진 그리웠던 집밥, 듣는 순간에는 짜증 나지만 혼자 자취방에 있을 때 문득문득 떠오르는 잔소리. 고향으로 내려가는 걸 생각하면 귀찮음이 앞서지만, 막상 내려와서 도착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Way Back Home - 숀(SHAUN)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맡기는 그 순간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 아닐까.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추억이 가득한 집으로 돌아가는 약간은 애틋하면서도 행복한 감정이 오묘하게 섞여 있는 분위기를 뿜어내는 곡이다. 가성으로 하늘하늘하게 부르는 숀의 보컬은 맘 놓고 편하게 들을 수 있다. 어쿠스틱 기타와 퍼커션의 사운드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한다. 훅이 끝난 후 잠깐의 브레이크와 뒤이어 나오는 일렉기타 멜로디 라인은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로 대중성까지 갖췄다. 꼭 고향이 아니라도, 여행길 플레이리스트에 꼭 넣어두면 후회하지 않을 곡이다.

 

The Sound - The 1975

기차 또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들리는 정겨운 사투리 억양. 우리 동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바이브. 잊고 지내던 소리가 내가 고향에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 나게 해준다. 단순한 베이스 드럼 비트는 심장이 뛰는 듯이 들린다. 백업 코러스와 함께 부르는 훅 파트는 정겨운 느낌이 든다. 코드를 스타카토로 연주하는 건반은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들리는 거실에서 아버지가 보는 TV 소리와 부엌에서 어머니가 요리하시는 소리 같이 소소하지만 행복한 소리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두 번째 추천곡이다.

 

Older - Sasha Aloan

오랜만에 방문한 고향 집에는 아직 학창 시절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나의 방이 보이고, 부모님이 앉아계시는 낡은 소파는 왠지 모를 울컥하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나를 반갑게 맞아주시는 부모님의 얼굴과 선에서는 어느새 주름도 보이기 시작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생활에 집중하다 보니 부모님도 나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잊었던 것은 아닐까. 항상 크게 느껴졌던 부모님보다 훌쩍 커버린 나의 모습에 이제 조금은 철이 들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와 담담하게 가사를 노래하는 보컬이 약간은 울적하지만,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다른 악기들의 활용을 줄이고, 벌스에서는 드럼의 사운드만 추가하고, 훅에서는 보컬 레이어링을 통해 공간감을 만들어준다. 부모님을 뵈러 자주 내려와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세 번째 추천곡이다.

 

Coming Home - Diddy(ft. Skylar Grey)

취업 준비를 위해 공부에 집중하면서 거의 들리지 못했던 집. 또는 군 복무를 위해 2년 가까이 떠나 있던 부모님. 취업에 성공해서, 드디어 전역해서, 원하는 바를 이뤄서 당당하게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을 마주하는 모습이 떠오르는 곡이다. 힘든 시간 속에서도 항상 우리를 응원해주고, 의지할 수 있는 튼튼한 기둥이 돼주신 부모님. 이제는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자신감과 힘이 돼주신 분들을 향한 감사 같은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마지막 추천곡이다. 마이너 코드의 피아노 연주와 Skylar Grey의 몽환적인 보컬로 시작하는 인트로가 인상적이다. 드디어 집으로 돌아와 뜨겁게 가족과 포옹하는 그 순간과 가장 어울리는 곡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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