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로 세수한 오월의 청년
찬물로 세수한 오월의 청년
  • 양영유(커뮤니케이션) 교수
  • 승인 2022.05.17 14:10
  • 호수 14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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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커뮤니케이션) 교수
양영유(커뮤니케이션) 교수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중략)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 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중학생 때 피천득 시인의 「오월」을 처음 접하고 가슴이 뛰었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은 그때의 가슴 울림과 스물한 살 때의 청신(淸新)한 마음이 무뎌졌지만, 여전히 오월엔 천석고황(泉石膏肓)이 깊어진다. 우리 대학 캠퍼스의 신록도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학생들의 풋풋한 얼굴과 같다. 피천득 시인은 “오월 속에 있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며 “내 나이를 세어 무엇 하리”라고 읊었다. 그렇다! 스물한 살의 청년은 그 존재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오월의 찬물은 기분이 좋다. 찬물로 세수하면 마음도 몸도 상쾌해진다. 그런 오월의 찬물을 시인은 청춘의 청신으로 표현했다. 20대의 우리 대학생들은 거칠 것이 없다.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도전할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실패 없는 성공은 없는 까닭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자신감은 에너지를 배가시킨다. 자신감이 있어야 궁금증이 간질거린다. 궁금증은 곧 새로운 발전의 밑거름이다.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것은 자신의 자양분을 축적하는 일이다. 질문 없는 수업, 궁금증 없는 공부는 자신을 현재의 동굴 속에 묶어둔다. 동굴 속에선 보이는 것만 볼 수 있다. 그런 관성을 깨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오월의 청신은 유월의 더위 앞에 곧 고개를 숙인다. 태양이 정열을 퍼붓기 시작하면 오월은 갈 것이다. 그게 세상의 순리다.


20대의 청춘은 오월과 같다. 오월의 청춘은 애정의 고통, 목표의 번뇌, 도전의 기회가 동시에 밀려오는 시기다. 신록은 폭풍이 몰아쳐도 견뎌 내면서 더 단단해진다. 오월의 20대도 마찬가지다. 방황과 고민, 도전과 좌절, 만남과 헤어짐이 씨줄, 날줄이 되면서 더 성숙해진다. 찬물로 갓 세수한 스물한 살 청신한 청년의 얼굴은 그래서 멋지고 믿음직스럽다.


20대의 도전은 아름답다. 담대한 도전에는 인고의 시간이 따른다. 아인슈타인은 “달을 거듭하고, 해를 거듭하면서 나는 아흔아홉 번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결론은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다. 백 번째에서 나는 옳았다”라고 고백했다. 윈스턴 처칠은 “절대 포기하지 말라. 절대로 단념하지 말라. 결코, 절대로, 어떤 경우에도, 그 어떤 것에도 지지 말라. 무엇에도 굴복하지 말라. 힘에 굴복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성현들의 말은 큰 울림이다. 피천득 시인의 「오월」에서도,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고백에서도, 처칠의 강렬함에서도 그런 울림이 느껴진다. 오월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오월의 청신함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게 20대의 특권이다. 우물쭈물하지 말아야 한다. 오월의 신록은 폭풍우를 견디고 더 성숙해진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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