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여름 맞을 준비 중입니다
지금은 여름 맞을 준비 중입니다
  • 정서현 기자
  • 승인 2022.05.17 14:05
  • 호수 14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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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여름맞이

일일 최고기온 26도를 찍은 요즘, 어느덧 봄의 6절기와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가 지나갔다. 이젠 다들 반소매를 꺼내 입기 시작했다. 이미 에어컨을 튼 집도 있을지 모른다. 초여름의 청량함을 즐길 새도 없이 금방 한여름이 찾아올 것이다. 더위보다 추위를 더 많이 타는 기자이지만, 다가올 무더운 여름에 대비해 하루빨리 여름맞이 준비를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기자가 겨우내 덮었던 눅눅한 이불을 세탁했다.
▲기자가 겨우내 덮었던 눅눅한 이불을 세탁했다.

 

계절 맞이의 첫 번째 업무는 이불 빨래가 아닐까. 지난겨울 기자를 따뜻하게 덮어준 이불의 더러운 때를 벗겨주고, 앞으로 덮을 시원한 이불의 케케묵은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기자는 집 바로 앞에 있는 코인빨래방으로 향했다. 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이불을 두 채나 지고 가니 땀이 쏟아졌다. 빨래방에 도착했을 땐 기자 말고도 이불을 세탁하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의자에 앉아 옆자리 사람과 “벌써 여름이네요” 라는 짧은 대화를 나누며 세탁기가 다 돌아가기를 기다리다 보니 벌써 45분이 지났다.


깨끗해진 이불을 건조기에 옮기고 마르길 기다리는 동안 집에 돌아와 침대 아래까지 구석구석 물걸레로 집 안을 청소했다.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아직은 씻을 수 없었다. 여름철 필수품인 선풍기와 에어컨 필터 청소가 남았기 때문이다. 선풍기 덮개를 씌어놓지 않았던 탓인지 먼지가 한가득 쌓여있었다. 여름비가 내리면 집이 습해질 테니 에어컨 필터도 닦아야 했다. 필터 청소와 미뤘던 샤워도 끝낸 후 다시 코인빨래방으로 가 건조가 끝난 이불을 가져왔다. 그러나 열심히 대청소했는데도 방 분위기가 뭔가 부족했다. 새로운 계절을 맞아 집안 분위기를 바꿔줄 특별한 여름 아이템이 필요하다.

 

기자는 여름 아이템을 물색하기 위해 집 근처 ‘모던하우스’로 달려갔다. 이곳에서도 여름을 맞이해 알록달록한 과일 모양 식기구와 아기자기한 소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기자는 아이스크림을 담을 그릇과 음료수 컵을 구매했다. 이제는 방 바꾸기의 핵심이 될 인테리어 용품만 사면 될 터. 기자는 다시 근처 소품 샵에 들려 방에 비치할 여름용품을 찾았다. 하지만 기자의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은 찾지 못했다. 고민하던 와중, 방 안으로 여름의 선명한 햇빛을 비춰줄 ‘선 캐처’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왕이면 직접 만드는 것이 훨씬 의미 있겠다 싶어 바로 유리공방 원데이 클래스에 예약문자를 보냈다.

 

▲선 캐처를 납땜하고 있다.
▲선 캐처를 납땜하고 있다.

 

다음날 기자는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지하철을 타고 공방으로 출발했다. 가던 길에 느낀 더위도 잠시, 공방에 도착한 기자는 선 캐처를 만들 생각에 설렜다. 선 캐처를 만들 때는 기본 도안을 선택하더라도 유리 색은 직접 골라야 한다. 올해 여름 햇빛을 책임질 선 캐처인 만큼 어떤 색이 예쁠지, 어떻게 조합해야 어울릴지 신중하게 유리를 골랐다. 본격적으로 선 캐처를 만들기 전에 유리 자르는 연습을 해야 했다. 칼로 유리에 금을 내주고 펜치로 부러뜨리는 식이다. 반복된 연습에도 곡선은 유리에 칼집을 내기가 쉽지 않아 모양이 깨져버리기 일쑤였다. 이윽고 유리 손질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도안에 맞춰 유리를 조각냈다. 4시간 동안 유리를 자르고, 단면을 갈고 납땜하는 과정에 많이 지쳤지만 완성된 기자만의 선 캐처를 보니 뿌듯했다.

 

▲완성된 선 캐처의 모습이다.
▲완성된 선 캐처의 모습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선 캐처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역 꽃집을 마주쳤다. 평소 꽃을 좋아하진 않지만, 여름의 싱그러운 분위기를 살려줄 화분 하나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 싶어 안으로 들어갔다. 기자는 ‘스킨답서스’라는 공기정화식물을 집어 들었다. 미세먼지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요즘 딱 맞는 식물이었다. 집에 돌아와 창가엔 선 캐처를 달고 책상에는 화분을 올려뒀다. 살짝 열어둔 창문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면서 선 캐처가 흔들거렸다.

 

▲뽀송한 이불을 깔고 머리맡에 식물을 배치했다.
▲뽀송한 이불을 깔고 머리맡에 식물을 배치했다.

 

도배를 하거나 가구를 바꾸지 않더라도 간단한 아이템만으로 집 안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 지나간 계절을 정리하고 다가올 계절을 준비하며 집을 환기하니 마음마저 새로워지는 듯했다. 더위가 우리를 집어삼키기 전에 여름 이불을 꺼내고 에어컨 필터도 미리 씻어놓자. 이번 여름을 빛낼 본인만의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벌써 쨍쨍한 여름이 기대될 것이다.

정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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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sh_31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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