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미래, 우리의 밥상은 어떻게 바뀔까?
머나먼 미래, 우리의 밥상은 어떻게 바뀔까?
  • 강규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5.17 13:27
  • 호수 14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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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대한 고민
▲ 틸다 스윈튼이 바퀴벌레로 만든 단백질 블록을 먹고 있다.
▲ 틸다 스윈튼이 바퀴벌레로 만든 단백질 블록을 먹고 있다.

 

앤디 위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마션>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 장르임에도 감자 재배부터 마크의 구조 시나리오까지 나름의 고증을 거쳐 사실적으로 그려낸 덕분에 흥행도 흥미도 다 잡았다고 볼 수 있겠다. 영화에서 와트니를 생존하게 만든 감자는 만능재료다. 하지만 우린 와트니처럼 감자만 먹으며 살 순 없다. 이 세상에 얼마나 먹을 것이 많은가. 짧게 주어지는 점심시간을 결코 허투루 쓸 수 없어 ‘무엇을 먹느냐’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머나먼 미래에도 인류는 먹을 것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될지 모른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음식은 딱히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눈으로 뒤덮인 설국의 세계에서 계층별 인류가 타고 있던 ‘설국열차'는 멈춰있는 시간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작은 ‘세계'였다. 빈민굴에 가까운 꼬리 칸 사람들은 단백질 블록만 먹으며 생존하는 중이다. 실제로 곤충을 이용한 식품 산업은 환경 측면으로도 유의미할 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꾸준하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다. 수많은 먹거리를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지금 이 시대의 곤충 단백질은 극히 일부를 대체할 뿐이지만 <설국열차>의 꼬리 칸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생존 도구였다. 

 

이제 식품 가공업이나 외식산업과 유통까지 ‘첨단 식품 기술(Food Tech)'이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게 됐다. 첨단 식품 기술은 육류를 대체하면서도 유사한 맛이나 식감을 뽑아내는 대체식품뿐 아니라 곤충을 이용하거나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식품 등 먹거리와 재료 자체를 키워내고 유통하는 데 쓰이는 기술까지 음식이라는 것과 연관되는 모든 것들을 포괄하는 키워드가 됐다. 

 

제니퍼 로렌스와 크리스 프렛 주연의 영화 <패신저스>에서 주인공들은 음식이 나오는 기계를 통해 커피부터 간단한 식사까지 제공받기도 했다. 식재료가 어떻게 들어갔는지 그리고 어떻게 조리되는지 알 수 없지만, 미래의 먹거리 중 일부는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게 될 것 같다. 일본의 ‘오픈밀즈(Open Meals)’라는 IT 기업은 초밥을 출력해 실제로 먹을 수 있는 3D 초밥을 선보인 바 있다. ‘픽셀 푸드 프린터'라는 이름으로 모습은 실제 초밥과 다르지만 유사한 형태를 지닌다. 초밥의 맛을 분석해 진짜처럼 구현했다고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3D 초밥 설계도만 있으면 어디서든 내려받아 이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미국의 ‘굿캐치푸드(Good Catch Foods)’라는 곳은 생선 하나 없이 맛을 구현해낸 식물성 재료를 제공한다. ‘참치가 들어있지 않은 참치', ‘연어 한 마리 없는 연어 샌드위치'까지 생태계를 흔들지 않고도 진짜의 맛을 재현하는 대표적 푸드 기업으로 셰프 출신의 채드 사르노가 창립했다. 완두콩이나 병아리콩, 렌틸콩 등 대표적인 콩의 추출물을 주된 원료로 하고 해조류 추출물 등을 첨가하고 혼합해 맛도 맛이지만 질감까지 구현해 해양 생태계의 지속가능성까지 이야기되고 있다. 

 

이처럼 첨단 식품 기술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 중 하나는 대체식품이다. 식물 단백질로 만들어내는 대체육은 진짜 붉은색 고기와 거의 닮은꼴이라 질감부터 맛까지 굉장히 흡사하다. 100% 완벽을 추구할 순 없겠지만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진화했고 또 그 진화 자체를 거듭하는 중이다. 더불어 친환경이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이슈까지 담아내니 이 얼마나 바람직한가. ‘쿠팡이츠'나 ‘배달의민족'이라는 앱만 열어도 셀 수 없을 만큼의 맛집들이 수십 개의 메뉴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대한 생각도 진지하게 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그리고 다음을 잇는 미래 세대와 그들이 살아가게 될 시대를 위해서 말이다. 자, 그럼 밥부터 맛있게 먹고 생각해보자!

강규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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