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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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대신문
  • 승인 2022.05.1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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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경제인, 정치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해 보겠다. BTS, 정용진, 이재명-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들을 가장 좋아하며, 때로는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는 누구일까? 제목에서 보여주듯, 답은 자명하다. 대선이 얼마 지나지 않은 현시점에서, 그 자명한 답이 왜 자명한지 고민해 보자. 


직업군으로 BTS는 대중문화인, 정용진은 경영인, 이재명은 정치인임이 분명하다. 대중문화인은 작품을 수용하는 집단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경영인은 소비자의 구매 행위가, 정치인은 유권자의 지지가 활동의 생명이다. 과거에는 잘 훈련된 스타, 잘 만든 제품, 좋은 이미지와 경력을 지닌 인물 그 자체로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이들과의 소통 기회가 늘어난 오늘날, 레거시 미디어에 의존했던 일방적인 소통만으로 과거의 영광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해졌다. 


BTS는 미디어 전략과 SNS를 활용하며 지지층과 혁신적으로 소통하며, 팬들을 신봉자로 만들었다. BTS의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팬클럽 ‘아미’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아미의 등장과 활동은 팬덤의 패러다임 전환기인 ‘4세대 팬덤’과 맞물려 있다. 팬들은 스타 혹은 기업의 열성적인 지지자이며 자발적인 홍보자 역할을 수행하며, 소비와 동시에 생산을(2차 창작) 통해, 대중문화와 사회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가불구취’, 즉 가치관이 불일치하면 구독을 취소하며, 언제든 지지자에게 등을 돌릴 수 있다. 오늘의 열성 팬이 내일의 안티가 될 수 있다. 


백종원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정용진은 감자, 고구마, 장어 완판남으로 등극했다. 동시에 SNS에 “미안하다 고맙다”를, 대선을 얼마 앞둔 민감한 상황에서 “멸공” 게시물로 지속적으로 이슈를 생성해내는 그의 행동의 파급효과는 상당했다. ‘이마트’, ‘신세계’ 주가가 급락하며 오너 리스크의 불명예를 얻기도 했지만, 역으로 소위 ‘콘크리트 지지층’을 얻었다. 특정 정당의 ‘멸공 챌린지’와 더불어 그들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강력한 ‘바이콧(Buycott)’의 힘도 얻었다. 정용진 대표가 ‘패노크라시(Fanocracy)’를 염두에 두고 행동했는지 알 수 없지만, 보이콧(Boycott)과 바이콧이 난무한 시점에서, 멸공 사과 후 5일 만에 “필승”을 게시하며 안티는 철저히 무시하고 확실한 소수의 ‘다이아몬드 팬’을 얻는 전략을 구사했다. 


‘손가락혁명군’ 혹은 ‘개딸’의 이재명은 BTS를 뛰어넘는 SNS 팬덤의 달인이다. 그는 검찰과 더불어 언론을 개혁의 대상으로 규정하며 동시에 그들 스스로가 언론사가 돼야 한다며 열성 팬을 동원해 그들의 ‘개혁’을 시도했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지자로 하여금 적극적인 게시글·댓글 활동으로 여론을 본인에게 유리하게 전환하고자 했다. 양극화된 정치이념 상황을 활용해 팬심을 정치에 적극 활용했다. 이러한 팬덤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그들의 기대 이하였다. 팬덤 경제, 팬덤 정치의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 정치에도 적극적인 ‘가불지취’, 가치관이 불일치하면 지지를 취소하며, 나아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진정한 팬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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