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은 30년째 제자리걸음, 이번엔 양지로 나올 수 있을까
문신은 30년째 제자리걸음, 이번엔 양지로 나올 수 있을까
  • 박아영 기자
  • 승인 2022.05.17 13:23
  • 호수 14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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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비의료인 문신 합법화
출처: 여성신문
출처: 여성신문

● [View 1]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A 씨

문신 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30년 전 대법원 판례가 있었다. 비의료인 문신 시술이 지금도 불법인 가운데 나는 이 문제를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술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 피시술자의 행복추구권과 같은 근거로 봤을 때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형사처벌 대상이 돼선 안 된다. 


최근에 만난 문신사 한 명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문신이 국가의 관리 범위 밖에 있어 작업에 쓰인 바늘을 공식적으로 폐기할 곳이 없다”며 사용한 바늘을 유리병에 밀봉해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시술 후 관리에 관한 규정이 없어 일부 문신 단체들이 자체 위생 지침을 만들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문신을 합법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 호주, 유럽 등지에선 정부의 관리·감독하에 비의료인 문신 시술을 허용하고 있다.


반영구화장을 포함한 문신 시술 대부분이 비의료인에 의해 이뤄지고 있지만, 현행 제도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고 있다. 이는 제도와 현실 간 괴리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은 문신 시술 행위에 대해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난 오히려 의사면허 소지 하나만으로 문신 시술에 대한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문신 시술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인체에 대한 고도의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한 사람만이 이를 수행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국회에 계류 중인 ‘문신사법안’, ‘타투업법안’과 같이 문신 관련 입법안 6건에 대해 국회의 조속한 입법 논의 및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 [View 2] 헌법재판소 재판관 B 씨

며칠 전 나는 비의료인 문신 시술 금지 및 위반 시 처벌 의료법 조항을 합헌 결정했다. 이에 문신 시술 영업을 하려는 문신사 C 씨에 대한 법원의 판결(100만원 벌금형)이 유지됐다. 이후 문신사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고, 최근에는 국회가 문신사법 제정안을 다시 심사키로 했다는 기사를 봤다.


최근 패션과 표현이라는 미명 아래 문신이 성행하고 있다. 나는 국민건강과 보건위생 관점에서 비의료인이 새기는 문신의 안전성이 우려된다. 인체를 침습하는 문신 행위는 출혈, 감염, 급만성 피부질환 등 의학적 위험성이 상존한다.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문신 시술 실태조사 및 안전관리 방안 마련」에 따르면 시술 후 부작용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20.6%에 달했다.


어떤 이들은 별도의 문신 시술 자격제도를 통해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지식과 기술을 장기간 연마한다고 해도 의료인과 동일한 정도의 안전성과 완전한 의료 조치 수행을 보장할 수 없다. 국민건강과 보건위생을 위해 쉽게 내릴 수 있는 판단이 아니다.


작년 25일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전신에 문신을 한 20대 남성에게 징역 1년이 선고됐다. 문신을 합법화하면 이런 문신 악용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또한 문신 양성화는 무분별한 시술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 문신 시술 비용은 수십만 원대지만, 문신 제거는 고가의 레이저치료가 필요해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이 든다. 현재도 많은 환자가 문신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문신 양성화로 인해 사회는 더 큰 의학적 비용을 치를 것이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세계적으로 문신을 불법으로 규정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이에 문신사 단체는 지난 3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문신사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그들은 “정부는 문신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그에 수반되는 보건과 위생의 영역에 대한 교육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문신사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문신 문화가 확산하면서 이제 제도권 편입은 더는 미룰 수 없는 듯하다. 정부와 국회는 찬·반의 의견을 두루 수렴해 문신사의 직업적 안정성을 보장하면서 피시술자 건강권을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섣부른 문신 양성화 결정은 공무원과 의료계 종사자에 대한 문신 허용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폭넓은 고려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사회 전반의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문신 시술 행위의 양성화 여부를 결론 내려야 할 것이다.

박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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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young@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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