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소재 뮤지컬이 인기를 누리는 이유
역사 소재 뮤지컬이 인기를 누리는 이유
  •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 승인 2022.05.24 13:41
  • 호수 14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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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역사 소재 뮤지컬
▲ 조선 후기의 내용을 다루는 역사 뮤지컬 <명성황후>다.

 

뮤지컬에서 ‘역사’는 좋은 이야깃거리다. 뮤지컬로 재연된 사료들은 공연이라는 변주를 통해 새 생명을 얻어 되살아난다. 이미 알고 있던 과거의 사건들이 문화적 양식을 빌려 재구성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아주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역사 소재의 뮤지컬이 늘 주목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영웅담이 인기를 누리는 것도 그런 배경 덕이다. 역사적 인물을 재조명해 무대 위로 구현해내는 과정은 늘 흥미진진하다. 어떠했을 것이라 짐작만 했던 선입견 속 인물들이 시대적 환경이나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과정은 극적인 재미를 불러온다. 역사의 영웅이 현대적 해석을 통해 요즘 시대상에 맞는 인물로 환생하기도 한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 전 일주일간의 행적을 그린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아르헨티나 비운의 국모 이야기를 담은 <에비타>, 구한말 일본 낭인의 손에 목숨을 잃은 명성황후의 이야기를 그린 <명성황후>나 <잃어버린 얼굴 1895>,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를 주인공으로 그려낸 <영웅> 등은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한 인기 뮤지컬 작품들이다.


역사적 사실에 작가적 상상력까지 더해 흥미를 더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발상의 전환이 빚어내는 발칙한 상상의 재미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암살범들이 등장해 각자의 사연을 들려주는 <어쌔신스>, 일본 개화기의 풍경을 시공을 초월한 노래와 이야기로 재구성한 <태평양 서곡>, 욕지거리를 하는 세종대왕이 등장해 한글 창제의 비화를 들려주는 <세종 1446>이 그런 경우다.


과거를 극화하고 ‘비틀기’의 미학이 더해진 무대가 선보일 때면 언제나 역사 속 진실을 둘러싼 공방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적 생산물들을 이해하고 즐기는 방식은 역사적 사실의 고증과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비록 이야기의 소재는 역사에서 비롯됐지만, 사실 대부분의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오늘날의 사정들을 반영하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식만 잘 파악한다면 역사는 뮤지컬 창작의 좋은 보고이자 모티브가 될 수 있다. 이는 두말할 나위 없는 문화산업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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