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변화와 대학 특성화
산업 변화와 대학 특성화
  • 단대신문
  • 승인 2022.05.24 13:47
  • 호수 1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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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대학을 설명하던 학문의 전당이라는 표현은 이제 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학은 과거의 상아탑에서 벗어나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을 주문받고 있다. 최근 들리는 이야기는 대학이 필요한 인력 양성에서 괴리돼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기업에서는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한다. 반도체나 배터리 분야는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고 소프트웨어 분야의 인력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산업적인 변화에 대학이 발 빠르게 대응하기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학과 산업의 접점을 찾기 위해 계약학과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학의 정원을 조정하지 않고 기업의 수요에 맞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이 같은 재단 소속인 성균관대와 운영하는 반도체 계약학과가 대표적이고 점점 설치 대학을 늘려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도 국내 대학들과 배터리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도 고려대와 미래자동차 전공으로 대학원 과정의 계약학과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배터리, 소프트웨어 분야의 인력확보 전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고 한다. 산업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내 대학이 더 효과적이겠지만 대학을 찾는 것은 아직까지 대학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의 변화는 수요자 중심에서 찾아야 한다. 여기서 수요자는 학생과 기업 모두 포함한다. 그동안 대학은 학생 선발에 너무 관심을 뒀던 것이 사실이다. 이대로는 미네르바대와 같은 새로운 교육기관과 경쟁이 힘들 수 있다. 대학 변화의 핵심으로 꼽는 것은 전공의 벽을 허물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듣고 싶은 과목을 듣고 융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자연스럽게 사회의 수요를 대학이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는 학과 단위의 구분을 사라지게 하고 기존 대학 시스템은 붕괴 수준의 변화를 감내해야 한다. 


개별 대학 차원에서는 특성화 문제가 중요한 이슈이다. 한국의 모든 대학이 비슷비슷한 전공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모든 대학이 종합대학을 목표로 했고 몸집 불리기에 몰두한 결과이다. 과거 신문방송학과가 인기를 끌면서 대부분의 대학이 전공을 설치했고 연극영화과와 방송연예과도 비슷한 성장 과정을 겪었다. 최근에는 간호학과가 인기를 끌며 대학마다 전공을 개설하고 있다. 많은 투자가 요구되는 의대를 유치하기 위한 대학들의 노력도 보인다. 입시에서 단기적으로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될지는 의문이다. 


기업이나 기관들이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도 차별화는 중요하다. 차별화는 경쟁자와 구별이 가능하고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갖출 것을 주문한다. 이는 경쟁 환경에서 생존을 걱정하는 대학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차별화는 이미지 전략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제품이나 서비스의 변화도 요구된다. 수요자 시장으로 변화된 현재의 입시 환경에서 다른 대학과 차별화되는 대학만의 특성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부를 없애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학들도 브랜드 차별화 전략을 도입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살려 특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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