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 애니메이션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로봇?
공상과학 애니메이션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로봇?
  • 강규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5.31 13:24
  • 호수 14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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⑯ 〈러브, 데스+로봇〉 그리고 다시 돌아온 3대의 로봇!
▲ 로봇 친구들이 인간들이 멸종한 디스토피아 세상을 누빈다.
▲ 로봇 친구들이 인간들이 멸종한 디스토피아 세상을 누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러브, 데스+로봇>은 성인용 애니메이션 앤솔로지로 2019년 처음 스트리밍됐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미국의 ‘디즈니’나 ‘픽사’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세계관을 비롯해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의 아기자기함마저 사랑하는 애니메이션 팬이다. 본래 공상과학(SF) 장르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사랑과 죽음 그리고 로봇이라는 메시지를 SF 애니메이션에 꼭꼭 눌러 담은 이 작품은 더할 나위 없이 취향 저격이었다.

 

2019년 18개의 각기 다른 에피소드를 담은 1부 이후 2년을 기다렸다가 작년 2부를 만났다. 고작 8개의 이야기라는 점이 가장 아쉬울 정도였지만 충분히 반가웠다. 그리고 1년이 흘러 3부로 돌아온 <러브, 데스+로봇>은 9개의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우리에게 다시 찾아왔다. 1부에서도 ‘세 대의 로봇(Three Robots)’이라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3년 만에 ‘출구전략(Exit Strategies)’이라는 부제를 달고 다시 돌아왔다. 세 대의 로봇은 ‘K-VRC'라는 작고 귀여운 친구와 안드로이드 형 로봇인 ‘X-Bot 4000' 그리고 자율주행이 가능하면서 여러 정보를 쉴 새 없이 읊어대는 ‘11-45-G'까지 세 친구의 조합이다. 

 

3대의 로봇 친구들은 인간들이 멸종한 디스토피아 세상을 천진난만하게 들여다보며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해골들은 각자 나름대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쳤으리라. 그러나 살점 하나 없이 뼛조각만 남아 부서지고 나뒹군다. 처절한 생존 사투 끝에 사라져 버린 이 땅 위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세 대의 로봇은 인간의 멸망을 주제로 탐구하고 농담 따먹기 하듯 얘기하고 있지만, 결국 이기적이고 오만한 인간 습성을 비판한다. 세 대의 로봇 모두 눈에 띄는 구석이 있다. 그중에서도 ‘11-45-G'는 가장 투박하면서 가장 현실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기본적으로 인공지능(AI)을 탑재하고 있고 주변 환경을 감지하며 이동하는 자율주행 로봇에 가깝다. 정보가 얼마나 담겨있는지 알 수 없지만 아주 세세할 정도로 정보를 쏟아낸다. 

 

외형상으로는 ‘네이버랩스(Naver Labs)’에서 개발한 자율주행 로봇 ‘어라운드(Around)'와 닮은꼴이다. 네이버랩스는 자율주행, 로보틱스, AI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요한 키워드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사내 연구 조직이었는데 2017년 독립법인으로 세워진 ‘네이버’ 계열사다. 독립법인으로 우뚝 자리매김했던 그해에 자율주행이 가능한 로봇 ‘어라운드’를 포함해 등 9종이나 되는 로봇을 선보인 적이 있다. 어라운드는 실내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사람들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탄생한 로봇이다. 주변 환경을 스스로 매핑하고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과 같이 공간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와 더불어 경로를 생성하고 장애물을 회피할 수 있는 핵심적 기능이 탑재됐다. 직원과 대화하면서 농담을 주고받거나 또 다른 특정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노동력에 충분히 일조하는 중이다. 

 

최근 네이버는 분당 사옥을 하나 더 세우기도 했다. 네이버 제2사옥을 ‘1784'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정자동 178-4의 숫자와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던 연도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 사옥에는 어라운드를 고도화한 ‘루키’라는 로봇이 존재한다. 루키는 임직원들에게 커피를 배달하기도 하고 택배 상자를 담아 자리로 가져다주기도 한단다. 대략 40여 대의 루키가 이 사옥에 존재하는데 이 로봇들과 연동되는 네트워크와 클라우드가 따로 존재하고 원활한 임무 수행이 가능할 수 있도록 인프라가 구축됐다고 한다. 

 

‘네이버 1784’ 홈페이지에서 이런 문구를 볼 수 있다. “기술은 혼자 존재할 때보다 서로 연결되고 합쳐질 때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기술만 동떨어져 홀로 존재하고 있다면 살아 숨 쉬는 것이 없는 폐허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빛만 번쩍이는 것과 같다. 결국 기술은 인간의 삶에 기여하고 서로 융합돼야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네이버는 공간과 기술, 사람과 로봇이 서로 연결되고 융합되는 ‘테크놀로지 컨버전스’ 자체를 유토피아로 이루려고 한다. ‘궁극적인 기술 친화’가 <러브, 데스+로봇>의 디스토피아와 굉장히 상반되긴 하지만, 결국에 기술은 발전을 거듭하게 될 것이고 인간의 삶에 거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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