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짜릿한 스포츠의 순간들
25. 짜릿한 스포츠의 순간들
  • 천미르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2.05.31 13:21
  • 호수 149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국뽕’ 차오를만한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손흥민 선수가 아시아인 최초로 ‘PL(Premier League)’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것. 득점왕을 확정 짓는 골을 넣는 바로 그 순간 경기를 보던 이들은 전율을 느꼈을 것이다. 패배가 역력한 상황에서 짜릿한 한방을 통해 역전을 끌어내는 버저비터. 하나의 클럽에서 자신의 모든 청춘을 바치고,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원클럽맨.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불리는 스포츠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들이다. 가슴이 끓어오르는 스포츠의 순간들에 어울리는 곡들을 만나보자.
출처: 로이터연합뉴스
출처: 로이터연합뉴스

Legends Never Die - League of Legends(ft. Against The Current)

멀리서 울려 퍼지는 함성과 함께 시작되는 인트로는 마치 경기장에 들어서는 듯한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벌스 파트에서의 보컬은 위태롭게 느껴지지만, 훅으로 들어서면서 그 위태로움 속에 숨겨져 있던 힘이 드러난다. 훅 직전에 모든 악기 사운드가 순간적으로 사라지면서 곡의 제목과 같은 가사가 나오는 순간이 특히나 인상 깊다. 마치 경기를 시작하기 전 숨을 크게 들이쉬는 것처럼. 스포츠에서 노장 선수는 팀의 정신적 지주가 돼주고, 중요한 순간 팀의 마무리를 맡길 수 있는 믿음을 지니고 있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유명한 문구가 절로 떠오르는 곡이다.

 

Freedom - Beyonce(ft. Kendrick Lamar)

1950~1960년대가 떠오르는 초창기 신스 사운드와 러프하게 다듬어진 마스터링. 행진하는 듯 연주되는 스네어 드럼 사운드가 너무나도 인상적인 두 번째 추천곡이다. 우승을 위해 단 1승만이 필요한 순간. 반드시 우승컵을 들어 올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힘차게 경기장으로 들어서는 선수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백업 코러스의 사운드가 함께하면서 팀원들과 결의를 다지는 느낌도 함께 준다. 파워풀한 Beyonce의 보컬은 베이스 드럼과 심벌의 폭발력과도 어울리며, 2절에서의 박수 소리와도 잘 어우러진다. 또한 고음 거의 없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격정적인 감정을 이끄는 그녀의 능력은 경이롭다. Kendrick Lamar의 드럼 비트에 심플한 플로우로 뱉어내는 랩핑은 올드스쿨 느낌을 내며 레트로한 곡 전반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진다. 

 

Not Afraid - Eminem

아무리 언더독이라고 해도 공은 둥근 법. 도전자의 마음가짐으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모든 것을 쏟아부으면 승리의 여신이 우리 팀을 향해 미소를 지어줄지 모른다는 용기를 줄 수 있는 세 번째 추천곡이다. 도드라지는 스네어 드럼의 사운드와 날카로운 랩핑은 해이해질 수 있는 정신을 바짝 들게 만든다. 또한 기존 Eminem의 타이트한 랩핑이 아닌 듣기에 편안한 플로우를 통해 말하는 바를 더 정확하게 전달한다. 스네어 드럼 뒤에서 둔탁하게 들리는 베이스 드럼은 심장 박동처럼 느껴지며, 길게 연주되는 멜로디라인은 웅장함까지 더해준다. 동기부여가 필요한 순간에 적합한 곡이라 생각한다. 

 

7000RPM  카디(KARDI)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평가절하하던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팀이 필요로 한다면 어디든지 나타나는 헌신적인 움직임까지. 테크니션보다는 남들보다 한 발 더 뛰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헌신적인 언성 히어로 같은 곡이다. 국악기인 거문고가 곡 전반적인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2절이 끝나고 나오는 간주에서 드럼 솔로는 두 마디마다 각각 다른 연주를 보여주면서 메탈 사운드 안에서 재지한 느낌까지 추가한다. 속에서부터 있는 힘껏 짜내는 것처럼 내지르는 보컬은 듣는 이조차 숨이 막히고 진이 빠진 것처럼 느끼게 한다. 경기 중 양 팀이 가장 격렬하게 부딪히는 순간과 어울리는 곡이다.

 

Unstoppable - Sia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밀러타임’과 ‘티맥타임’. 영웅은 난세에 탄생하듯, 팀은 큰 점수 차로 지고 있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순간. 나의 손끝은 더욱 섬세해지고, 흥분하기보다는 점점 차분해져 간다. 이 순간, 그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약간의 흥분과 적당한 긴장감 그리고 냉정한 정신이 공존하는 순간 선수들은 최고의 플레이를 펼친다고 한다. 웅장하게 퍼지는 브라스 사운드와 비장함이 느껴지는 Sia의 보컬은 제목 그대로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선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곡 후반부에서는 그 비장함이 확실한 자신감으로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