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뮤지컬의 인기와 교훈
오스트리아 뮤지컬의 인기와 교훈
  •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 승인 2022.05.31 13:25
  • 호수 149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 오스트리아 뮤지컬
▲ 엘리자벳에서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베트 역을 맡은 옥주현 배우다.
▲ <엘리자벳>에서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베트 역을 맡은 옥주현 배우다.

 

요즘 오스트리아 뮤지컬들이 인기다. 합스부르크 비운의 황족 이야기를 그린 <황태자 루돌프>나 <엘리자벳>, 브루봉 왕가로 시집을 가서 혁명의 소용돌이에 단두대의 이슬로 생을 마감한 <마리 앙투아네트>,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를 무대화한 <레베카> 등이 대표적인 오스트리아 뮤지컬이다. 이들에겐 ‘코스튬 뮤지컬’이라는 용어를 붙이기도 한다. 말 그대로 화려한 의상이나 드레스가 넘실대는 무도회 풍경, 그리고 황가의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엿보는 계략과 음모, 장밋빛 넘실대는 사랑 이야기 등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실 오스트리아 뮤지컬이 먼저 인기를 누렸던 국가는 일본이다. 유럽에 대한 오랜 동경의 문화적 배경도 그렇거니와 왕가의 권력에 대한 향수나 추억, 제국주의 시대를 형상화한 낭만적 서정성이 인기 요인이었다. 「베르사유의 장미」같은 순정만화의 연분홍 환상이 무대 공간을 통해 구현되는 재미가 대중적 흥행의 발판이 된 셈이다.


오스트리아 뮤지컬들이 주는 교훈도 있다. 오스트리아는 글로벌 뮤지컬 산업계의 변방에 불과했다. 게다가 창작보다는 번안이 주를 이루던 ‘라이선스 뮤지컬’ 중심의 시장이었다. 그러나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고 하지 않던가. 과거 서구 음악의 본향이었다는 그들의 자긍심은 뮤지컬 산업의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대중 음악으로 노래하는 오페라 같다’는 별칭처럼 선율 좋고 무게감 있는 작품들을 속속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들의 유연한 사고는 작품의 해외 진출에서도 엿보인다. 자기들의 작품을 고집하는 대신 이른바 ‘논레플리카’ 방식으로 이야기 뼈대의 기본적인 구조만 살리고 다른 부분은 현지에 맞게 적극적으로 변용하는 진화를 택했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소개된 오스트리아 작품들은 현지의 원작과는 크게 다른 모습을 띠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현지화된 콘텐츠는 로컬 관객으로부터도 쉽게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우리는 어떨까. 창작 뮤지컬의 해외 진출은 오랜 숙원과제지만 현지화 전략은 아직 미숙한 수준에 머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오스트리아 뮤지컬의 인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곱씹어 되새겨볼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