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단신을 짝사랑하는 거야
너는 단신을 짝사랑하는 거야
  • 박아영 기자
  • 승인 2022.05.31 13:26
  • 호수 14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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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기 박아영 총무부장 퇴임의 변

그간 마지막 순간을 수없이 상상해왔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준비가 덜 됐는지, 쉽게 글이 써지지 않습니다.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마지막 호를 씁니다.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깔끔한 글쓰기를 배워보고 싶어 무작정 신문사에 지원했습니다. 기자라는 꿈을 갖고 들어온 동기들과 다르게 최종 목표가 없었던 전 초반 수습기자 생활이 재밌기보다는 어렵고 힘들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단대신문에 모든 걸 쏟아붓는 선배 기자들의 모습을 보고,  그분들처럼 되고 싶었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는 그러한 본보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그 누구보다도 신문사에 열심히 임했습니다.


“너는 단신을 짝사랑하는 거야.” 전쟁 같은 마감을 치러내고 있을 때 제 동기가 했던 말입니다. 웃으면서 넘겼지만, 돌이켜보면 제 기자 생활을 관통하는 문장인 것 같습니다. 기획회의 준비부터 취재원 인터뷰, 종면평가까지. 12면의 신문을 만들기 위해 제 개인 시간은 없다시피 살았습니다. 기사 마감 때가 다가오면 항상 제 오른쪽 손목엔 근육 테이프가 감싸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문사에 들어온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다시 1학년 1학기로 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신문사에 지원할 것입니다.


저 자신에게 있어서 신문사에서의 시간은 무척 소중하고 값진 시간입니다. 설득력 있는 글쓰기를 배우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세워나가고,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어느 곳에서도 얻지 못할 것들을 배웠습니다.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지만, 선배, 후배, 동기 기자들의 응원 속에 이렇게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저는 행운아인 듯합니다.  한없이 부족한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와준 학보사의 모든 구성원에게 고맙고 미안합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참 시원섭섭합니다. 가장 힘들고 지쳤던 그 순간들이 어느새 추억이 됐습니다. 이제 기사를 그만 쓰고 싶었는데 쓰지 못했던 기사 아이템들이 생각나 아쉬울 따름입니다. 퇴사하고 싶었던 수습기자는 아이러니하게도 퇴임을 앞두고 수습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아쉬움이 가득하지만 제 기사는 여기서 멈춥니다. 수습기자부터 정기자, 취재부장, 총무부장까지. 단대신문에서 보낸 지난 2년 6개월은 제 인생의 화양연화였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박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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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young@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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