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현장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김새별 유품정리사
죽음의 현장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김새별 유품정리사
  • 정서현 기자
  • 승인 2022.05.31 13:32
  • 호수 14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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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별(48) 유품정리사

 

Prologue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이 당장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죽음은 준비돼있지 않다. 홀로 외롭게 생을 마감한 사람들은 대개 한참이 지난 후에야 발견된다. 사람이 죽으면 난다는 악취는 자신을 발견해달라는 마지막 외침이 아닐까. 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한 사람의 인생에서 무엇을 지우고, 무엇을 남겨야 할지 고민하는 직업을 가진 김새별(48) 유품정리사를 만나봤다.

 

▶ 자기소개 부탁한다.
고독사나 자살, 범죄 피해 현장을 청소하고 돌아가신 분들의 유품을 정리하며 그들의 마지막 이삿짐을 나르고 있는 김새별이다.

 

▶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이 흔치 않은데,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장례지도사로 일하던 시절에 상주분들이 문의를 해왔다. 나는 원래부터 장례식장에서 일하다 보니 잘 몰랐는데, 다른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재수 없다거나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더라. 의뢰인이 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그의 아버지가 각혈하고 돌아가신 후였다. 장례를 치르고 집에 가려니 무섭다고 내게 도움을 청했다. 이 일을 계기로 유품정리사가 세상에 필요한 직업이라 생각돼서 업으로 삼게 됐다.

 

▶ ‘유튜브’에 청소하는 영상을 기록하는 이유와 계기가 있는지.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 사람들이 유품정리사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고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어떤 현장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리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내 영상을 많이 본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고통 없이 죽는 방법을 찾기 위해 검색하다 내 영상을 보게 된 것이다. “내가 죽으면 이렇게 되는구나”, “남겨진 사람들이 힘들어하겠구나”, “더 열심히 살아봐야겠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댓글을 남겨주셨다. 처음에는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걱정했는데, 오히려 살아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현상이 일어났다. 내 영상 하나로 사람 한 명을 살릴 수 있겠구나 싶었다.

 

▶ 최근에 여러 매체를 통해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이 많이 알려졌다. 주위 시선의 변화가 있었는지.
사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대놓고 욕을 하는 사람들은 사라졌지만 차가운 시선은 여전하다. 누가 죽은 것을 가십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정리하다 보면 혼자 외롭게 죽을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알게 된다. ‘혼자 힘드셨겠구나’하고 그분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런 속사정은 모른 채 죽음을 구경거리로만 여기고 꺼린다. 책을 통해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고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지만,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아 속상하다.

 

▶ 현장을 정리하고 나면 자칫 우울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고인에게 감정이입이 안될 수가 없다. 집주인이 와 “남의 집에서 죽어버리면 어떡하냐”고 말하면 화가 난다. 지금은 시골에 농장을 하면서 닭과 토끼를 키우고 있는데, 유품 정리 일이 없어도 농장 일로 바쁘다. 농장을 시작하면서 생각도 정리되고 많이 좋아졌다.

 

▶ 심리적으로 가기 힘든 현장은.
아이가 죽은 집은 못 간다. 부모가 아이를 죽이고 자살한 집이 있었는데 너무 화가 나서 숨이 안 쉬어졌고,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 이후로 아이가 죽은 집은 안 간다.

 

▶ 수년간 의뢰를 받아오면서 많은 죽음을 접했을 것 같다. 자신은 ‘어떤 죽음을 맞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있는지 궁금하다.
죽음의 현장에서 목격한 것들을 생각해보면 죽음에 대한 준비는 항상 필요한 것 같다. 항상 준비하고 있다. 집안 사정이 넉넉지 못해 많은 것을 해줄 수는 없지만, 가족들과 추억을 쌓고 아이들에게 사랑을 많이 주고 싶다. 행복하게 살다가 죽을 때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좋은 추억을 가져가는 것이 좋은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태어났을 때처럼 많은 사람 사이에서 시끌벅적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가족들이 ‘내 아버지는, 내 남편은 참 좋은 사람이었다. 다음 생에서 또 만나고 싶다’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 『떠난후에 남겨진 것들』을 들고 있다. 사진=한국일보
▲ 『떠난후에 남겨진 것들』을 들고 있다. 사진=한국일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에세이를 출판한 이유가 궁금하다. 가장 좋아하는 문장은 무엇인가.
일하면서 느낀 점을 블로그에 기록한 것을 보고 출판사에서 제안을 해왔다. 죽음에 대한 편견이나 구경거리로만 여기는 사회를 바꾸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쓰게 됐다.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좋은 추억입니다. 아름다운 추억 많이 남기세요”라는 문장을 가장 좋아한다. 

 

▲ 김새별 유품정리사가 일할 때 사용하는 장비들이다.
▲ 김새별 유품정리사가 일할 때 사용하는 장비들이다.

 

▶ 10년 넘게 특수청소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오랫동안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가.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사명감이 없었으면 못 했을 거다.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위안한다. 일할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삭제하는 일이구나 하며 슬픈 마음이 들다가도 다른 누군가가 이 집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청소한다는 뿌듯한 마음도 든다. 이런 마음들이 원동력이자 자부심이 됐다.

 

▶ [공/통/질/문] 마지막까지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것은.
부인. 죽을 때까지 함께 갈 것이다. 배신은 없다.

 

▶ 해당 직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 부탁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은 다르다. 이 일을 왜 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고인을 잘 보내드리고 싶다는 마음이라면 괜찮지만, 돈을 많이 벌 수 있겠지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욕도 많이 먹고 힘든 길이기에 막연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본인만의 신념이 확고하다면 충분히 누구나 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을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 말이 맞다. “20대는 되는 일도 없고 걱정이 많을 거야. 열심히만 하면 30대 초반부터는 일이 잘 풀릴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점쟁이처럼 말해주고 싶다. 다들 힘들게 바닥에서부터 올라가는 것이고 20대 때는 다들 여러 문제로 걱정한다. 10대는 거울, 20대는 자극이 오면 스스로 깨져버리는 유리라고 한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큰 시련이 오면 깨져버린다. 나이가 들고 경험치가 쌓이면 괜찮아진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원래 그 나이는 다 힘든 시기다. 잘 버티면 좋은 날이 올 거다.

 

Epilogue
죽음의 현장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그가 느낀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세상을 떠난 뒤 남는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닌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이며 함께 행복했던 추억이다. 김 유품정리사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술로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우리 곁에는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은 그들과 함께 추억을 쌓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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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sh_31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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