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 탐구의 전당 대학 교육의 현실적 고민
진리 탐구의 전당 대학 교육의 현실적 고민
  • 단대신문
  • 승인 2022.05.31 13:28
  • 호수 1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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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대한 무지의 어둠 속에서 진리는 사회를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등불이다. 그래서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은 사회에 꼭 있어야 하는 조직이다. 대학이 앞장서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진리를 탐구해야만 그 사회는 과거의 혼돈을 없애버리고, 질서가 있는 새 시대를 탄생시킬 수 있다.


서양과 마찬가지로 동양에서도 한나라와 당나라 때까지는 이 세상의 작동 원리를 탐구해 인간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학문 경향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송나라에 들어서서 올바른 인간의 삶이 무엇인가에 골몰해 ‘의리지학(義理之學)’의 경향이 학문 연구의 주류가 됐다. 그 결과 당나라를 계승한 송나라는 전 왕조의 융성했던 문화를 위축시키기에 이르렀고, 마침내는 원나라에 복속됐다. 그런데 원나라를 몰아낸 명나라에서 송나라의 ‘의리지학’에 대한 반성으로 실학(實學)의 학문 경향이 나타났고, 이러한 명나라의 실학은 우리나라에도 전파됐다. 그렇게 조선 후기에 ‘실사구시(實事求是)’와 ‘이용후생(利用厚生)’에 대한 탐구가 학문의 화두가 됐다.

 

‘실사구시’란 인간을 포함해 그 주위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이 세상의 작동 원리를 구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해와 달이 일으키는 현상, 육지와 바다의 특성, 그곳에 서식하는 동물과 식물의 특성 따위를 파악하는 데에 주안점을 뒀다. 이에 반해 ‘이용’이란 공작 기계나 유통 수단 따위를 만드는 것이고, ‘후생’이란 백성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으로 ‘이용후생’은 인간 생활의 편리성을 도모하는 데에 주안점을 뒀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실사구시’와 ‘이용후생’이 진리의 ‘한 몸 두 얼굴’인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실사구시’의 기초가 없다면 ‘이용후생’의 생명력은 매우 짧을 것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이용후생’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이용후생’을 결과로 산출하지 못하는 ‘실사구시’는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해와 달의 특성을 탐구하기만 하고 인간에게 유익한 그 무엇을 제시하지 못하는 ‘실사구시’는 시간과 비용의 낭비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과 눈에 ‘이용후생’은 커 보이고, ‘실사구시’는 작아 보인다는 점에서 진리 탐구의 산실인 대학 교육의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수요자인 학생들의 처지에서는 눈앞에 결과가 없는 ‘실사구시’보다는 지금 눈앞에서 효과를 볼 수 있는 ‘이용후생’이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수요자 중심의 대학 교육은 ‘이용후생’에 중점을 두는 교육으로 현재 사회가 내놓는 시대적 요청이다. 하지만 대학에서 ‘실사구시’에 중점을 두는 교육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그동안 우리 대학 교육에서 튼실한 ‘실사구시’의 기반 위에서 ‘이용후생’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교육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그러한 교육 방법을 실천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다. 취업의 어려움이 날로 그 강도를 더해가는 요즘, 대학의 상징인 상아탑의 고민도 점점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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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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