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증거를 찾아서
노력의 증거를 찾아서
  • 유영훈 기자
  • 승인 2022.09.06 12:31
  • 호수 14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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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자석

 

소금 없는 삶을 살아본 적 있는가. 보통 사람들은 그런 적이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는 소금이 중요한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막상 그 진정한 가치를 인지하지는 못하고 있다. 기자 역시 본지 12면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보석' 르포를 취재하기 전까지는 소금의 가치를 잘 알지 못했다.


4시간을 달려 울진에 도착한 기자를 반긴 건 직접 마중을 나온 토염 장인이었다. 단순히 그에게 토염 생산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러 갔지만, 취재를 하며  토염 전통이 도태되는 현실과 전통을 지키기 위한 장인의 수많은 노력까지 알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장인을 통해 전통을 후대에 전할 방법, 해외시장에 우리의 토염을 알릴 계획, 토염을 만들기 위해 새로 개발한 기술에 대한 정보도 들을 수 있었다. 


 그 다음날 경남 함양에 위치한 죽염공장을 방문한 기자는 충격에 빠졌다. 작업자들이 30도가 넘는 공장 내부에서 위생복을 입고 죽염을 잘게 부수는 일, 이른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가마에서 죽통을 굽는 일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부끄러움을 느꼈다. 환갑을 넘기신 장인을 포함한 작업자들의 노력과 정성은 20대인 기자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다음 취재를 위해 버스를 타고 ‘나는 무엇을 취재하고 싶었던 건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다양한 소금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던 기자의 단순한 기획을 뛰어넘는 그들의 노력과 정보를 마주한 충격이었다. 그들로부터 얻어낸 정보는 그야말로 수 시간, 수년간 이어진 노력의 증거였다. 


기자가 취재한 현장은 노력의 증거가 다분히 드러나는 곳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현장의 노력을 알지 못할 것이다. 왜 소금이 비싼지, 어떤 공정을 거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테다. 알고 있다고 해도 머리로 아는 것이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는 못 하는 경우일 거라 생각한다. 바닷물을 끓이며 잠을 자지 못하는 느낌, 30도가 넘는 공장에서 숨 막히는 위생복을 입고 작업을 하는 느낌을 느낀 적도 없고 느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기자는 취재를 하면서 점차 이 기사를 통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이 감정과 느낌을 전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기자란 정보를 전하는 일을 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이번 취재를 통해 정보 역시 중요하지만, 대중이 알지 못하는, 혹은 알지만 느끼지 못 하는 그 가치와 노력의 증거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기자가 취재한 토염, 죽염, 천일염뿐만 아니라 앞으로 취재할 보도에서도 이러한 가치를 전해야 한다고 느꼈다.


1박 2일간의 취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자의 손엔 그들이 정성스레 만든 소금이 들려있었다. 이를 보며 기자는 많은 생각을 했고, 기자가 되면서 고민했던 ‘기자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리할 수 있었다. 노력의 증거는 모든 곳에 있지만 전하지 못하면 알아차릴 수 없다. 그렇기에 기자는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진정한 가치를 전달하는 기자가 되겠음을 스스로 다짐했다. 

유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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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ev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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