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타기의 덕목이 필요한 시점
줄타기의 덕목이 필요한 시점
  • 김석진(경영·1)
  • 승인 2022.09.06 14:34
  • 호수 14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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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임신·성(性) 콘텐츠

줄타기를 본 적 있는가. 지상에서 1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줄 하나에 의존해 벌이는 곡예사의 줄타기는 보는 사람마저 긴장케 한다. 곡예사는 모든 움직임을 세심히 가져간다. 너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최근 10대의 임신과 성을 다룬 콘텐츠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보는 듯하다.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닐 즈음에는 우리나라 특유의 성을 터부시하는 문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마냥 숨기고 감출 일이 아닌데 아예 무시해버리고 없는 일 취급한다는 것이다. 반면 최근에는 소위 ‘선을 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무턱대고 가볍게 다뤄선 안 될 주제를 마치 아무것도 아닌 양 여기는 인식이 보급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일환이다. 두 우려 모두 일리가 있다. 터부시하고 덮어버릴 문제도 아니고, 가볍게 다룰만한 문제 역시 아니다. 


10대 임신을 가볍게 혹은 미화해 다루어서는 안 된다. 결코 권장할 일이 아니라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10대의 임신은 당사자에게 꽤 무거운 짐이 되는 일이다. 학업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고, 아직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준비가 부족한 당사자가 양육의 짐을 져야 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10대의 임신과 성생활을 터부시하거나 임신, 출산, 양육의 과정 중에 있는 10대를 마치 문제가 있는 존재인 양 비난해서도 안 될 일이다.


최근 모 방송사에서 방영 중인 고등학생 부모들의 생활상을 담은 프로그램이 큰 화제이다. 일각에서는 당사자에게 큰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는 10대 임신을 ‘예능’의 포맷으로 담는 점을 지적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오히려 이런 프로그램이 10대 임신에 관한 경각심 환기와 나아가 양육의 짐을 지고 있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이 프로그램과 관련한 이런 우려들이 10대의 임신과 성을 다루고 있는 콘텐츠 전반에 관한 최근의 우려라고 생각한다. 어느 한쪽의 의견이 옳지도 그르지도 않다. 양측의 우려와 의견에 귀 기울여 줄타기의 덕목을 실현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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