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제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대학 축제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 정서현 기자
  • 승인 2022.09.27 16:36
  • 호수 1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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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캠퍼스에 이어 죽전캠퍼스에서도 축제가 열렸다. 1학년은 새내기라, 2학년과 3학년은 코로나 학번이라, 4학년은 다시 돌아온 축제라 모두에게 의미가 남달랐을 것이다. 입학할 때부터 학교의 황량한 모습을 봐왔던 기자는 축제를 찾아 사람이 꽉 찬 캠퍼스 한가운데 서 있자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기자의 캠퍼스 로망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대학 축제는 다 함께 어울려 화합한다는 뜻으로 ‘대동제’라고도 불린다. 학년과 학과에 상관없이 모두가 학교에 모여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 축제는 학내 구성원 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학교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을 키우기 위한,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는 중요한 행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대동제’라는 의미는 퇴색되고 연예인 콘서트장이 돼버린 느낌이다. 티켓을 구하지 못 한 사람을 위한 암표까지 등장했다고 하니 이젠 정말 콘서트가 다 돼버렸다.


학생들뿐 아니라 대학 인근 주민들도 축제에 누가 오느냐에 더 관심이 있다. 대학 축제 일정이 잡히면 어떤 이벤트를 하고 학생들이 무엇을 준비했는지보다 “누구 온대?”가 화두에 오른다. 우리는 연예인 라인업으로 축제에 갈지 말지를 결정하고 학생회의 능력을 판단한다. 학생회가 그전에 아무리 소통이 잘되고 일을 잘했어도 축제 라인업이 별로면 비난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 때문에 축제 전체 예산의 상당 부분이 연예인 섭외 비용에 지출된다. 한 수도권 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섭외비는 최소 3천만 원이고 유명 연예인의 경우 5천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한번 축제할 때 보통 5팀 정도가 오니 계산해보면 섭외비용만 1억 원이 훌쩍 넘어간다. 우리가 내는 등록금에 연예인 섭외비가 포함돼 있는 셈이다.


축제 전날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기자는 정류장에서 고등학생들이 “단국대에 뉴진스 온다는 데 보러 가자”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연예인 공연을 보러 재학생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과 지역 주민들, 심지어는 타 대학 학생들도 찾아와 인파가 몰리게 된다. 이로 인한 사고의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다. 2016년 부경대에서는 트와이스를 보기 위해 플라스틱 채광창 위에 올라갔다 부서져 7m 밑으로 추락하는 일도 있었다. 이렇듯 안전사고는 대학 축제 기간이면 매번 나오는 예삿일이다.


대학 축제에 연예인을 부르지 말자는 소리가 아니다. 연예인이 축제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학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기자 역시 라인업을 보고 축제 취재에 자 원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기자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구나 반성하게 된다. 기자가 하려는 말은 너무 연예인 공연에만 몰두하진 말자는 것이다. 라인업이 축제의 성공 요인으로 비치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대학 축제의 주인공은 연예인이 아니라 학생이다. 우리는 연예인 콘서트를 보러 간 구경꾼이 아니라 축제를 이끌어가는 주연이어야 한다. 끝으로 묻는다. 대학 축제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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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sh_31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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