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읽으며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읽으며
  • 윤승준(자유교양) 교수
  • 승인 2022.09.27 16:36
  • 호수 14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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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준(자유교양) 교수
윤승준(자유교양) 교수

 

괴테는 1786년 9월 3일 새벽 3시 아무도 모르게 이탈리아 여행길에 올랐다. 1788년 6월 18일 바이마르로 돌아갈 때까지 그는 베네치아, 로마, 시칠리아 등지를 두루 다니며 이탈리아의 옛 건축물들과 조각, 회화, 연극, 식물, 기후, 지질 등에 푹 빠져 지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란 어쩌면 그렇게도 불가사의한 존재일까. 어째서 인간은 안전하고 편안하게 잘 살 수 있는데도, 가끔 이 세계와 저 세계 속에 있는 내막을 직접 체험해 보고자 하는 즉흥적인 생각으로 일부러 불편과 위험 속으로 뛰어들까?” 그의 말처럼 이 세계와 저 세계 속의 내막은 정말 불편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뛰어들 만큼 매력적일까? 


괴테는 자신이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고 하면서 이때가 자기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고 했다. 매일같이 새롭고 진귀한 대상, 신선하고 웅대하면서도 신기한 풍경을 접함으로써, 머릿속에 그리면서도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포착할 수 없었던 세계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괴테는 이 여행을 통해 그동안 축조해 놓은 것을 미련 없이 깨부수고, 기초를 확대하고 개량해 토대를 튼튼히 함으로써 미래를 견고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정한 내면적 실재를 가지지 않은 것은 생명이 없고 위대할 리 없으며 위대해질 수 없다고도 했다.


괴테가 이탈리아 여행에서 경험했던 발견의 기쁨과 재생의 희열을 우리 학생들이 대학에서 체험하도록 할 수는 없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 학생들을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나게 할 수 있을까. 또 어떻게 하면 우리 대학이 진정한 내면적 실재를 가진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알아가는 것은 본래 낯선 세계로 나 자신을 확장해 가는 것이다. 그 과정은 언제나 두렵고 괴롭기 마련이다. 그러나 개인의 성장과 발전은 그러한 두려움과 고통을 이겨내면서 이뤄진다. 편안하기만 하고 아프지 않다면 성장이 있을 수 없다. 물론 그러한 두려움과 고통이 반드시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불편과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 인간이기에 불가사의한 존재라고 하는 것이다. 


칸트는 스스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는 유일한 존재가 인간이라고 했다. 그런 질문을 던질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꿈속에서 그리기만 했던 꿈같은 세계를 현실로 실현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더 나은 미래, 더 위대한 꿈을 위해 우리 자신의 껍데기를 깨자. 그 불편과 고통,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자. 그러한 도전 앞에 당당하게 맞서는 우리 학생들을 따뜻하게 격려하고 응원하는 대학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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