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삶의 시작은 AI 스피커?
인공지능 삶의 시작은 AI 스피커?
  • 강규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9.27 16:46
  • 호수 149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⑱ 인류는 인공지능 기술과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 영화 <빅버그>의 한 장면이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오늘 날씨 알려줘’라며 어딘가에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 있다. 불과 몇 년 전 이런 모습을 봤다면 신기하게 느꼈을 테지만 이젠 꽤 익숙한 풍경이 되지 않았나 싶다. 거실 어딘가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스피커는 이제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있고 심지어 이름도 갖고 있다. 음악만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날씨나 뉴스를 알려달라고 하면 그에 대한 답을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2045년을 배경으로 하는 <빅버그, Big bug>라는 작품에서는 “프랑스아주, 안경 어딨는지 찾아줘”라며 로봇에 명령을 내린다. 로봇은 집을 잠시 스캔한 뒤 소파 위에 있던 안경을 찾아 주인에게 건넨다. 주방에서는 안드로이드가 요리하고 있고 더러워진 거실 바닥 옆으로 로봇이 등장해 아주 깔끔하게 치워내기도 한다. 오드리 토투의 <아멜리아>, 시고니 위버의 <에일리언4>를 연출한 바 있는 장 피에르 쥬네 감독이 연출한 SF 장르의 <빅버그>는 미래형 안드로이드와 인공지능 기술을 소재로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다. 


이 영화는 2045년이라는 배경답게 미래형 기술로 가득 채웠다. 인공지능 덕분에 혼자 살아도 부족함이나 외로움을 느끼지 못할 만큼 북적거릴 정도다. 아무리 미래 배경이라지만 좀 과하지 않나 싶다. 한편 길거리에서는 대형 전광판이 인간들의 대화까지 탐지하고 분석해 그에 맞는 쌍방향 광고를 송출하기도 한다. 사용자 활동 기반의 타깃 광고처럼 이 역시 일종의 미래형 광고 알고리즘이다. 세상을 떠난 애완동물을 그대로 복제하는 생명체 복제 기술도 등장한다. 물론 현실에서의 복제 기술은 생명 윤리와 안전에 대한 이슈가 있으니 영화적 상상력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주인공 알리스는 할머니가 쓰던 책장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나름의 향수를 간직하며 살아가며 기술 발전의 일부만 수용한다. 최신형 로봇이나 고도화된 인공지능도 아닌 일정 시간에 머물러 있는 기술 그대로에 적응하며 살던 어느 날, 인공지능 기술을 관장하는 요닉스 시스템에 결함이 생기며 인공지능 반란을 목격하게 된다.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을 이처럼 인류에 대항하거나 공격 또는 반란을 일으키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종종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 존재하는 인공지능을 생각해볼 때, 오버 테크놀로지에 가까운 수준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기본적으로 인공지능 스피커는 음악을 듣거나 라디오를 청취하기 위한 스피커에 음성인식 기술을 더한 장치이다.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사용자와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더해진 것이라 AI 스피커라고 부른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사용자는 텍스트를 입력하거나 터치를 통해 기기를 작동시키지만, AI 스피커는 음성으로 명령을 보낸다. 음성명령을 인식한 AI 스피커는 클라우드에 존재하는 빅데이터 안에서 사용자가 발화한 쿼리(query, 데이터베이스에 특정한 정보를 보여달라는 요청)의 적합한 답을 찾아 다시 내보낸다. 이러한 음성 기반의 플랫폼은 사물인터넷 시장을 선점한다. 음성인식이 가능한 인공지능 플랫폼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상호 소통이 이뤄지면 다양한 기기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거실의 조명을 켤 수 있고 아침에 커튼을 열어 햇살을 맞을 수도 있다. 아이폰에 탑재된 음성인식 도우미 ‘시리’를 통해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술은 이렇게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 확장된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빅버그>의 배경이 된 2045년, 어떠한 기술이 세상을 바꿀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현재의 사물인터넷을 만물인터넷으로 확장해줄 출발점일지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