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가장 가까이서 배부름을 나누는 삶-이문수 신부
청년과 가장 가까이서 배부름을 나누는 삶-이문수 신부
  • 유영훈 기자
  • 승인 2022.09.27 17:01
  • 호수 14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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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수(48) 신부

Prologue
요즘 청년들이 살아가기 힘든 상황이라고들 한다. 취업, 학업 등 수많은 요인에 삶이 짓눌린 청년들은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간다. 세상에 힘든 것들은 많지만 배고픔만큼 사람을 서럽게 하는 것도 없다. 그런 청년들의 어려움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고 듣고 공감하는 이가 있다. 기자는 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도록, 저렴한 가격으로 청년들의 끼니 해결을 돕는 이문수(48) 신부를 만나봤다.

 

▶ 자기소개 부탁한다.
‘청년밥상 문간’이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신부 이문수라고 한다.

 

▶ ‘청년밥상 문간’ 식당 영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몇 년 전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청년이 지병과 굶주림으로 세상을 떠난 사건이 뉴스에 보도됐었다. 그 뉴스를 접한 수녀분에게 이야기를 듣고 요즘 같은 시대에도 식사를 잘 챙기지 못하는 청년이 있다고 알게 됐다. 이런 환경에 있는 청년들이 마음 편히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2016년부터 식당을 시작했다. ‘청년밥상 문간’이라는 이름은 청년들에게 언제나 열려있는 안전하고 따뜻한 공간이라는 의미가 있다. 

 

▶ 신부가 식당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궁금하다.
처음 식당을 열기로 한 이후 많은 생각을 했다. 수도원의 지원을 받는 것이기는 하지만 무턱대고 큰 금액을 요청할 수 없었기 때문에 최소 자금으로 식당을 시작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므로 무료 식당보다는 저렴하게 조금 돈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요리하시는 분 한 분만 두고 서빙을 내가 직접 하며 최대한 간단히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지금도 이렇게 운영하고 있다.

 


▶ 많은 음식이 있지만 김치찌개를 단일 메뉴로 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식당을 시작하겠다고 생각하면서부터 메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식당 운영을 시작하기에 앞서 식당을 해본 적 없는 신부가 할 수 있는 메뉴가 무엇이 있을까 다양한 식당을 돌아다니면서 찾아봤다. 그러던 중 동료 신부가 김치찌개를 제안했는데, 한국인이라면 호불호가 없고 기호에 따라 돈을 조금 추가해서 햄 사리나 라면 사리를 넣으면 다른 음식이 되기도 하며 만드는 과정이 어려운 것도 아닌걸 알게 됐다. 그래서 김치찌개를 청년밥상 문간의 단일 메뉴로 결정했다. 쌀과 김치는 후원을 받고 김치찌개 단일메뉴로 운영하다 보니 뜻하지 않게 운영비용이 많이 절감돼 3천 원에 판매할 수 있었다.

▲`청년밥상 문간'의 대표 메뉴인 김치찌개이다.
▲`청년밥상 문간'의 대표 메뉴인 김치찌개이다.

▶ 일반식당에 비해 음식의 가격이 매우 저렴한 편이다. 주변 상권에서의 반발은 없었는가.
처음 식당을 시작했을 때, 주변 식당 사장님들이 오셔서 “좋은 일 하시는 건 알겠지만 가격이 저렴하면 주변 상권의 시장질서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도 이런 문제를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극적인 방식이지만 개업식이나 홍보를 최소한으로 했고 간판도 작은 간판 하나만 달았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메뉴도 김치찌개 하나여서 주변 상권에 다행히 큰 피해는 주지 않았던 것 같다.

 

▶ 최근 `유 퀴즈 온 더 블록', `조선비즈' 등 여러 매체에서 식당 하는 신부로 많이 알려졌다. 주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인 변화라면 많은 사람이 날 알게 됐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얼굴을 기억하는 단계는 아직 아니지만 초면에 자기소개하면 알아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 식당을 운영하면서 만난 다양한 청년 중 기억에 남은 청년이 있는지.
식당을 다녀간 수많은 청년이 있지만 식당을 연 지 4개월 후 찾아온 청년이 기억에 남는다. 성남에서 노숙 생활을 하던 그 청년은 불교 신자였고 출가를 위해 서울로 향했는데 결국 출가를 못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는 스님이라는 꿈을 접어야 할지 계속해 나가야 할지 의논을 위해서 찾아왔다고 했다. 결국 그 청년의 이야기를 들어준 뒤 생활을 도와주기 위해 한 달 생활비를 줬던 기억이 있다. 

 

▶ 2019년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작년엔 제주도 올레길을 청년들과 함께 다녀왔다. 청년들과 함께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는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즐거웠던 경험인 동시에 힘든 경험이었다. 나도 그렇고 청년들도 그렇고 육체적·정신적으로 계속해서 한계에 마주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하지만 몸과 마음의 여유도 없어지고 예민해지면서 청년들끼리 서로 갈등이 생겼던 일도 있었다. 하지만 그 후 서로 이해하며 갈등을 해결하고 용서하던 순간이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 신부로서의 삶과 식당을 운영하는 삶을 동시에 살아가고 있다. 다양한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원동력은 두 가지인 것 같다. 첫 번째는 호기심이다. 호기심이 많아서 즐겁게 하는 것을 찾게 되는 것 같다. 그 이유엔 종교적인 바탕도 있지만 이런 활동들이 즐겁기도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동료다. 같이 일하면서 응원하고 도와주는 분들이 있어 지치지 않고 지속해 나갈 수 있다.

 

▶ 에세이『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도록』을 출간한 이유가 궁금하다. 에세이 속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나 파트는 무엇인가.
에세이를 쓰면서 무슨 이야기를 담을지 많이 생각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우리 사회엔 유독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이 퍼져 있는 것 같다. 실패한 순간이 인생의 벼랑이 아님에도 벼랑으로 내몰리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조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어서 쓰게 됐다. 좋아하는 문장이나 부분보다도 에세이가 전하고 싶은 내용 그 자체가 좋다.

 

▶ 요즘 청년들이 주로 하는 고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당연하게도 취업이라고 생각한다. 청년들이 원하는 직업을 가지면 가장 좋지만, 그 직업 확신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고민거리라 생각한다. 

 

▶ [공/통/질/문] 마지막까지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것은.
당연히 하느님이다. 하느님 다음으로는 주변 사람들과 마지막까지 함께이고 싶다.

 

▶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을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즘 청년들은 굉장히 열심히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각자가 어떤 꿈이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 삶의 회복 탄력성도 잘 유지해야 할 것 같다. 청년들이 단순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실패했을 때도 다시 올라올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삶의 회복 탄력성과 유연성을 같이 잘 간직하면 좋겠다.

 

Epilogue
청년들이 살기 좋은 세상은 언제쯤 올까. 지금이 청년들이 살아가기 힘든 시대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기자는 인터뷰를 마친 후 이 신부처럼 청년들이 살기 좋은 세상에 대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느꼈다. 이런 변화가 계속되면 세상에 배고픈 청년이 단 한 명도 없는 날이 곧 다가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유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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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ev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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