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환기를 위한 책과의 휴식
마음의 환기를 위한 책과의 휴식
  • 여지우 기자
  • 승인 2022.10.06 17:03
  • 호수 14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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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북캉스

여름의 잔상이 가신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이니 부디 아프지 말라는 나태주 시인의 말을 오래 곱씹는 계절. 개강 이후 몰아치는 할 일들을 헤치우던 기자는 쌓여가는 스트레스에 할 일을 담시 접어두고 ‘북캉스’를 즐기기로 결정했다. ‘북캉스’란 책을 뜻하는 북(Book)과 휴가를 뜻하는 바캉스(Vacance)가 합쳐진 단어로, 독서를 즐기며 보내는 휴가를 뜻한다. 자동차가 없는 기자는 교통편이 좋아 접근성이 뛰어나면서도 인파가 적은 곳을 원했고, 한참 장소를 물색하다 종로에 위치한 청운문학도서관으로 행선지를 정했다.

 

인왕산 둘레길 자락, 진경산수화길에 위치한 도서관을 향해 걸으며 단풍으로 물들기 전의 초록을 즐길 수 있었다. 휴대폰 지도 어플은 잠시 꺼둔 채 표지판을 따라 5분 가량 걷다보니 어느새 도서관에 도착했다.

▲ 걸으며 마주한 도서관의 모습이다.
▲ 걸으며 마주한 도서관의 모습이다.

 

청운문학도서관은 돈의문 뉴타운 철거 과정에서 발생한 한옥기와 3천여 장을 재사용해 지어졌다. 학술·정보적 가치가 있는 서울종로 문화재, 역사 전문도서와 실측도서, 발굴조사보고서 등을 수집하고 보존하며 지역 콘텐츠를 발굴·복원·계승·발전시키는 데 있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한 책장 전체가 서울학연구, 사전, 문화재 관련 도서로 채워져 있었다. 규모가 큰 도서관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많은 책이 구비돼 있지는 않았으나 문학도서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문학 잡지, 시집, 문학 전집 등 부족함을 느끼지 못할 만큼의 문학 도서를 찾아 볼 수 있었다.

▲ 청운문학도서관의 전경이다.
▲ 청운문학도서관의 전경이다.

도서대여실과 열람 공간에는 야외 휴식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그곳에서 현대적인 감수성으로 재해석한 한옥과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기자가 도서 대여 건물을 벗어나 계단을 오르자 한옥으로 지어진 열람 공간이 보였다. 화려하기보단 아담하면서도 품격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정갈한 한옥 한 채를 정성껏 지었다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정자에 앉아 창 너머에 펼쳐진 폭포의 시원함을 한참동안 만끽하다가 ‘독서당’으로 불리는 좌식 공간에 앉아 책을 폈다.

▲ 시원한 폭포가 쏟아지고 있다.
▲ 시원한 폭포가 쏟아지고 있다.

도서관 내부엔 문화다양성 도서들이 소개되고 있었다. 문화다양성이란 서로 다른 생각과 표현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을 뜻한다. 내부에 전시된 박노해 작가의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와 기자가 챙겨온 양안다 작가의 「작은 미래의 책」을 다시 읽으며 공간이 가져다주는 여유로움과 마음의 환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금 생각했다.

▲ 도서관 내부에 소개된 도서들이다.
▲ 도서관 내부에 소개된 도서들이다.

'가을은 익어가는 계절만이 아니다. 갈라내고 솎아내는 엄정한 계절이다. 이 가을이 온다. 우주의 가을이 온다'라는 박노해 시인의 구절과 '형광펜으로 밑줄을 친다면 문장은 반짝이고 그것은 중요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것이 되었다'라는 양안다 시인의 구절이 가만히 기자의 마음 속에 들어왔다. 가족 단위로, 홀로, 연인과 함께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으며 공간을 향유하는 사람들 속에서 기자는 여유를 만끽하며 험준한 시험기간을 버틸 마음을 충전할 수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조용히 도심을 벗어나 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가을과 쉼을, 나아가 책 한 권의 즐거움을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

여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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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opeu@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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