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 여지우 기자
  • 승인 2022.10.06 12:43
  • 호수 1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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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망하려는 것일까. 취재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많은 비가 내렸고,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다. 폭우로 인한 수해 관련 기사가 쏟아질 때 다른 지역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그만큼 비정상적인 더위였다. 유례없던 기후 위기는 재난이 됐다.

 

기후 우울증(Climate Depression)이라고 불리는 증상이 있다. 기후 피로감(Climate Anxiety)이나 생태 불안(Ecoanxiety)으로도 불리는 이 증세는 심각한 기후 변화와 기후 위기 시대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도 변하지 않는 사회에 무력감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한 신조어가 아니다. 지난 6월 세계보건기구(WHO)는 기후 변화에 대응할 정신 건강 지원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성명을 냈다. 저명한 의학 저널로 꼽히는 '란셋(The Lancet)'은 전 세계 청년 1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50% 이상이 기후로 인한 슬픔, 불안, 무력감,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기자도 취재를 준비하며 이와 동일한 형태의 감정들과 무력감을 느꼈다. 해저에 깔린 쓰레기와 물살이들의 피해는 수치로만 접해도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피해가 눈으로 보이는 영상 자료를 보고나면 울렁거림이 더 심해졌다.

 

실제로 바다에서 쓰레기를 목도하는 순간도 마찬가지였다. 들고 다니는 텀블러, 사용하지 않으려 애썼던 일회용 빨대, 줄였던 육류와 생선처럼 기후를 위해 기울였던 노력이 허상이 된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사실은 그러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라는 뜻을 가진 관용구다.

 

바다 쓰레기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도심에서 우리가 만들어 낸 쓰레기가 바다로 퍼진다고 알리는 김지은 PD나 우리와 지구의 평화를 바란다는 김진주 대표, 알면 행동할 수 있다는 김태원 교수와 나로부터 우리는 연결되니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던 진정철 활동가까지. <관련기사 12면>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품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며, 더 큰 움직임을 위해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마음의 안도에서 연대로, 그리고 또 다른 용기가 됐다.

 

어류 섭취 횟수를 줄이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등 사소하고 뻔한 행동들은 쌓이고 쌓여 큰 움직임이 될 것이다.

 

이제 기자는 안다. 개인의 용기가 불러올 수 있는 변화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개개인의 행동이 집단적 변화를 불러온다는 진리는 여전히 통한다. 꾸준한 외침은 메아리가 돼 돌아올 것이며, 우리의 움직임이 물결이 될 때 세상은 변할 것이다.

여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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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opeu@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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