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지키는 바다
내 손으로 지키는 바다
  • 여지우·유영훈 기자
  • 승인 2022.10.06 12:38
  • 호수 149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양 쓰레기

Prologue

우리나라 주변에 쌓인 해양 쓰레기는 11만 톤 정도로 추산되며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국가나 지자체 주도로 매년 해양 쓰레기를 3만 톤씩 치우고 있지만 유입되는 쓰레기의 양은 5만 톤에 달하고 수거되는 쓰레기는 전체의 2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해양 쓰레기로 인한 피해액은 4천600억 원 가량이며, 이로 인한 피해 생물들의 가치는 가늠할 수조차 없다. 삼면이 바다로 이뤄진 대한민국. 기자는 바다의 소중함과 해양 쓰레기의 실태를 파악하고자 바다로 향했다.

 

유령 어업, 조용히 죽어가는 물살이들

유령 어업(Ghost fishing)이란 버려진 폐어구에 물살이들이 걸려 빠져나오지 못하고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되는 것을 말한다. 살아있는 생물체에 ‘고기’라는 어근을 붙이는 게 종차별적이기에, 최근 동물단체에서는 물고기 대신 물살이라는 대체어를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유령 어업으로 인한 국내 물살이 피해량은 연간 9만5천 톤, 금전적으로 보면 연간 3천700여 원에 달한다.

 

물살이들을 보호하고 해양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활동하는 단체가 있다. 바로 ‘시셰퍼드 코리아’다. 기자는 동해 양양에서 수중 활동을 하며 쥐노래미, 우럭, 문어 등 통발에 갇힌 생명을 구조하는 시셰퍼트 코리아 해변청소팀 진정철(37)팀장을 만났다. 그는 "무분별한 어업과 낚시는 해양 쓰레기를 발생시킴과 동시에 물살이들을 죽이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며 해양 생태계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진 팀장은 해변 정화 활동을 하며 목격한 많은 현장 중에서 폐통발에 갇히거나 폐어망에 걸려서 빠져 나오지 못한 채 죽어 있는 물살이, 끊어진 낚시바늘과 낚시줄을 달고 다니는 물살이들을 보며 유령 어업 현장의 참혹함을 느꼈다. 그는 “주요 해변이나 해안 관광지는 관리가 되고 있으나 관리 감독이 소홀한 해변들을 볼 때는 참담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행동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매년 전 세계에서 25만 마리의 멸종위기 바다거북과 30여 만 마리 고래류와 바다새, 1억 여 마리의 상어가 유령 어업 등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폐어구로 인한 피해는 물살이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해양수산부가 발표한「어선 부유물 감김 사고 현황도」에 따르면 2020년 국내 해양 사고 3천156건 중 11%가 폐어구로 인한 부유물 감김 사고였고, 이는 전체 사고 중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어민들만의 문제가 아니야!

폐어구와 폐부표는 국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의 54%를 차지하며, 이는 어민들 뿐 아니라 낚시 등 바다 이용객들에게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해양 쓰레기는 어업과 양식, 낚시가 발생 원인의 큰 비중을 차지하나 선박 운항 및 각종 해양 시설, 관광, 생활 쓰레기로부터도 발생하기에 어민들만의 문제로 단정 지을 수 없다. 해양 쓰레기와 해양 생태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 인하대 김태원(해양과학) 교수를 만나러 인천으로 향했다. 인터뷰 전 인천 바다에 들린 기자는 관광지의 맑고 깨끗한 바다를 볼 수 있었다. 광활한 바다를 따라 무작정 걷다보니 어느새 인적이 드문 해안가에 도달했고, 그 곳에선 진 팀장의 말처럼 관리 되지 않은 바다와 쓰레기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획 작업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스티로폼부터 장화, 페트병 등 많은 쓰레기를 목도했다. 관광객이 바라보는 바다에서 5분도 안되는 거리에 위치한 인적 드문 바닷가엔 쓰레기가 모여있는데 정작 관광객이 바라보는 바다는 아무 문제도 존재하지 않는 양,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다는 것이 당혹스럽게 느껴졌다.

▲ 쓰레기가 쌓인 해안의 모습이다.
▲ 쓰레기가 쌓인 해안의 모습이다.

김 교수는 국내 해양 쓰레기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가장 청정한 곳으로 알려진 제주도조차 엄청난 쓰레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제주도 중문 색달 해수욕장의 바다 속에는 2.5cm 이상의 플라스틱이 1m당 평균 8~9개가 있었다"고 덧붙이며 2050년에는 바다 속에 쓰레기 반 물고기 반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우려를 표했다.

 

김 교수는 "염분이 묻은 폐어구나 플라스틱 쓰레기는 재활용될 수 없다"며 계속해서 쓰레기가 쌓이고 있는 어촌의 현실에 대해 언급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해양 쓰레기 재활용 기술이 효과적이지 않더라도 꾸준히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알렸다. 개인으로도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고 낚시할 경우 낚싯줄과 바늘을 잘 정리 하는 등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기자는 어민들의 책임 의식도 중요하지만 생태계의 구성원인 우리 모두가 쓰레기 발생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책임감을 가져야 함을 배울 수 있었다.

 

바다를 위한 개인의 노력, 비치 코밍

기자는 진 팀장과 김 교수와의 인터뷰 이후 개인 차원에서 기울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SNS를 통해 지난 여름 기간 동안 환경재단이 양양, 속초 등 동해안의 해수욕장을 대상으로 ‘씨낵 캠페인’을 진행함을 알게됐고, 당장 강릉행 버스표를 예매했다. 씨낵 캠페인은 바다(Sea)와 과자(Snack)의 합성어로, 바다 쓰레기를 주워 오면 쓰레기 무게만큼 바다과자로 바꿀 수 있는 캠페인이다.

 

기자는 씨낵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 주문진 해수욕장으로 가 캠페인을 진행하는 트럭에서 쓰레기를 수거할 가방과 장갑을 받았다.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모래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기자의 눈에는 휴가를 맞아 바다를 찾은 다수의 관광객과 그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곳곳에 보였다. 플라스틱 컵, 담배꽁초, 남겨진 폭죽 잔해들을 주우며 씨낵 캠페인조차 없었다면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지에 대한 의문과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 기자가 씨낵 캠페인에 참여해 쓰레기를 줍고 있다.
▲ 기자가 씨낵 캠페인에 참여해 쓰레기를 줍고 있다.

한참 동안 쓰레기를 주운 기자는 1kg 이상은 모았으리라 확신을 한 채 트럭으로 돌아갔다. 수거 가방을 거의 꽉 채웠음에도 그 무게는 870g에 불과했다. 수치로만 듣던 쓰레기의 무게를 실감한 순간이었다. 모아간 쓰레기를 전달하고 미리 챙겨간 용기에 과자를 받아 바닷 바람을 맞으며 과자를 먹으니 무더위를 뚫고 쓰레기를 담아낸 노력의 증거가 참 값지다는 생각을 했다. 씨낵 캠페인에 참여한 최지혜(26) 씨는 "관광 겸 방문한 주문진 해수욕장에서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어 참여하게 됐다"며 뿌듯함을 가지게 됐다는 참여 소감과 "수도권 인근 해안에서도 관련 캠페인이 진행되면 좋겠다"는 기대를 전했다.

▲ 주운 쓰레기의 무게를 측정하고 있다.
▲ 주운 쓰레기의 무게를 측정하고 있다.

환경재단 김지은(28) PD는 "여름 휴가철만 되면 넘치는 쓰레기로 바다가 몸살을 앓고 있다. 대중들이 직접적으로 해양 쓰레기 문제를 느끼며 경각심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 게이미피케이션의 요소를 더한 씨낵 캠페인을 기획했다"며 의도를 밝혔다. 또한 그는 서울이 깨끗해지면 바다도 깨끗해진다는 뜻을 가진 '쓰담서울 활동'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양 쓰레기의 절반 가량이 육지에서 온다는 문제를 대중에게 알리며 많은 사람이 캠페인을 비롯한 해양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의견를 표명했다.

 

8일간 4곳의 해수욕장에서 진행된 씨낵 캠페인엔 총 2천21명의 사람들이 참여해 709kg의 쓰레기가 수거됐다. 기자는 해양 쓰레기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기를 바란다.

 

새로 태어나는 해양 쓰레기

기자는 서울로 돌아와 해양 쓰레기 중 버려진 유리를 주워 새로운 굿즈로 만드는 '피스 플래닛' 제품을 구매했다. 피스 플래닛의 김진주(42) 대표는 "바다나 해변에 버려진 많은 해양 쓰레기를 재활용품이라는 거부 없이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고, 이런 고민 끝에 나온 해답이 바다 유리였다"고 말했다. '바다 유리'란 유리병이나 유리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져 오랜 시간 파도와 모래 등에 의해 마모된 상태의 유리를 말한다.

 

김 대표는 바다 유리를  리사이클링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바다와 자연이 만들어준 상태의 바다 유리만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따로 가공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피스 플래닛의 활동과 설명을 들으며, 자신을 병들게 하는 쓰레기를 다시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바다를 하릴없이 생각하게 됐다. 김 대표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쓰레기를 수거하며 "우리 앞에 놓인 기후 위기를 보면 우리와 지구엔 미래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지구가 한없이 너그러워 보이기도 하다"는 소회를 전했다.

 

바다를 위해 쓰레기를 수거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몸소 노력하는 이들을 만나며 기자는  많은 이들의 관심과 노력이 모인다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정부 정책과 같이 다방면으로 많은 개선이 필요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 사용, 빨대 미사용 등 사소한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배울 수 있었다.

▲ 푸른 관광지 바다의 모습이다.
▲ 푸른 관광지 바다의 모습이다.

 

Epilogue

니체의 저서「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는 '보라,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친다. 초인은 바다이며, 그대들의 커다란 경멸은 그 속으로 가라앉을 수 있다'는 문장이 나온다. 이는 광활하고 모든 것을 수용하는 바다의 순수성과 강인한 생명력에 빗대 초인을 비유한 것이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존재로 그려졌던 바다는 이제 한계에 달했다. 바다를 위해,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라도 오늘 하루 텀블러를 사용해보는 건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