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을 처음 보도한 MBC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보도에 허위 자막을 실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 언론학자들은 정부에 대한 언론의 역할을 흔히 ‘개’에 비유한다. 여러 별명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와치독(Watch Dog)과 랩독(Lap Dog)이다. 와치독은 정부를 감시하는 감시견, 랩독은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지 않은 애완견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여당은 이번 고발을 통해 MBC를 자신만의 랩독으로 길들이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MBC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 언론과 정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임엔 틀림없다. 공영방송사인 KBS와 MBC의 경우 정부가 지배구조를 장악하고 있는 형태다. 다양한 기삿거리도 정부로부터 나오니, 무턱대고 비판만 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정권이 바뀌면 KBS의 사장을 바꾸며 일종의 ‘방송장악’을 시도한다는 논란이 되풀이되기도 한다.
◇ 학보사와 학교, 학보사와 총학생회의 관계도 이와 비슷하다. 학보사는 학교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총학생회가 주최하는 다양한 행사로부터 기삿거리를 챙긴다. 총학생회 당선 인터뷰, 공약 이행 등의 기사를 싣기 위해선 총학생회와의 원활한 관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돼버렸다.
◇ 몇몇 언론은 ‘정보 전달’이라는 키워드에 갇혀, 다른 중요한 임무를 망각하고 있다. 공론장 형성, 권력자 비판이라는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랩독 언론은 홍보지나 다름없다.
◇ 와치독 역할을 하며 권력 비판적인 기사를 쓰다보면 취재 협조도 어렵고, 좋은 정보를 선점하기도 어렵다. 본지도 계속해서 학내 비판적 이슈와 관련 보도를 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사실 이면의 숨겨진 진실을 위해 취재하고 보도해야만 한다. 그것이 언론이 추구하고 나아갈 길인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