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 드러난 인간성의 이면
죽음 앞에서 드러난 인간성의 이면
  • 신동길 편집장
  • 승인 2022.11.08 14:01
  • 호수 14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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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과 이기주의

◇ 지난달 29일 이태원에서 들려온 소식은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그렇게 제대로 된 꽃봉우리 하나 틔우지 못한 채 하늘의 별이 됐다.

 

◇ 참사 당시, 아비규환이 된 현장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우린 그들로부터 극단적인 인간성의 두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고 현장을 무분별하게 찍어서 조롱하듯 SNS에 올리고, 이태원에서 사고가 난 걸 알고서도 홍대나 다른 곳으로 가 축제 분위기를 즐겼던 이들을 볼 때면, 인간성에 대한 회의가 생긴다.

 

◇ 미국의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는 “우리는 타자가 입히는 상해에 대해선 무조건적으로 자기 자신을 구해내고자 하지만, 이를 막는 데 성공하면 필연적으로 비인간적이게 된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이기주의’란 생존을 위한 인간의 본능이란 생각이 든다. 

 

◇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희망이 보였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한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구급대원과 경찰의 지시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이나, 힘을 합쳐 사람들을 빼내기 위한 노력한 영상들을 보고 나니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들었다.

 

◇ 그러나 우린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에 ‘넌 인간도 아냐’라고 말하곤 한다. 인간이란, 본능에 의해서만 행동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인간성은 곧 이기주의의 ‘동요’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의인들이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 타자를 구하고자 했던 이유는 이기주의가 ‘동요’했기 때문이다.

 

◇ 그러나 우리가 만약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과연 이들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그럼 우리는 참사를 인지하고도 축제를 즐긴 사람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인간성과 이기주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신동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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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gshin2271@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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