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필수교육을 외치다 ① 정치
청년들, 필수교육을 외치다 ① 정치
  •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연합취재팀
  • 승인 2022.11.08 14:44
  • 호수 1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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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민주주의 정착 위해 ‘현실 정치’ 교육 필요
출처:경기일보
출처:경기일보

정치를 모르니, 관심도 줄었다 
대학가의 정치 활동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올해 서울권 4년제 대학교 중에서 총학생회(이하 총학) 없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는 곳은 37곳 중 13곳에 달한다. 대부분 입후보자가 없거나 개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총학이 공석으로 남았다. 이처럼 학생 자치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이유는 청년층에 대해 충분한 정치 교육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총학 실종의 원인을 대학 내 정치 교육 부족으로 꼽았다. 고려대 김윤태(사회)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은 학생이 민주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학생 자치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우리나라 교육은 사회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국민대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총학 없는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국민대 재학생 박유빈(러시아유라시아·3) 씨는 “체계적인 학교생활을 위해 총학생회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비대위 체제로 운영 중인 숙명여대의 한 재학생은 “총학생회 부재로 일관된 소통 및 책임 주체가 없다”는 불편함을 밝혔다. 한국체육대 송석(스포츠청소년지도·3) 총학생회장은 “코로나19와 개인주의의 영향으로 개인화된 사회 속 학생들이 집단 연대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학생 자치 및 정치 참여에 대한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치 교육의 필요성과 반비례하는 현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정치 지식에 대해 얼마큼 알고 있을까. 연합취재팀이 지난달 17일부터 28일까지 수도권 소재 대학생 2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야당이나, 탄핵, 비례대표제 등의 정치 용어에 대해 아는 응답자는 많았지만 캐스팅 보트라는 용어를 안다는 응답은 33%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앞선 단어들이 정치 활동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답했지만, 초중고 및 대학에서 해당 용어를 배웠다는 응답자는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답변자의 86%는 해당 단어를 뉴스나 신문 기사를 통해 습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 기관에서 충분한 정치 교육이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학우는 26%에 불과했다.

연합취재팀 자체 설문조사
(기간: 10월 17일 ~ 10월 28일, 수도권 소재 대학생 204명 응답)

그럼 정치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까, 고등학생들은 필수 과목 ‘통합사회’와 선택 과목 ‘정치와 법’을 통해 정치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나 ‘통합사회’와 ‘정치와 법’ 과목에서 배우는 내용은 실생활과 큰 연관 없는 원론적인 내용을 위주로 교육하고 있다. 감일고 최유리 사회 교사는 “현실의 정치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하면서 올바른 정치적 가치관을 심는 교육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추후 발표될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정치’ 과목이 수능을 보지 않는 ‘진로 선택’ 과목에 속한다면 학생들의 정치 교육 회피 현상은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 여기에 고교학점제로 ‘정치와 법’이 선택 과목이 되며 학생들이 정치 교육을 접할 기회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선거권이 만 18세로 낮아지면서 생일이 지난 고3 학생들도 투표권을 가지게 됐고, 교육감 투표 연령을 만 16세로 낮춰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듯 투표 연령은 점점 내려가고 있지만 학생들은 정치에 대한 별다른 교육 없이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

 
양평고 변상훈 사회 교사는 “선거 연령이 하향된 만큼 정치 관련 공교육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올바른 정치 공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치 교육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은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

정치 교육, 다른 나라는 어떨까?
해외에서 가장 선진적인 정치 교육을 펼치는 국가는 독일로 유명하다. 독일 교육은 ‘보이텔스바흐 협약(Beutelsbacher Konsens)’을 원칙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치 교육자들 사이에 공통적인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 협약은 1976년 제정된 이래로 현재까지 독일 정치 교육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주요 내용은 ▲ 주입식 교육 금지 ▲ 비판적 사고 함양을 위한 논쟁 유지 ▲ 학생들이 자신의 상황을 고려해 스스로 정치적 입장을 결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치 행위 능력 강화다.


독일 교육은 주체적·비판적 사고능력을 가진 시민사회를 형성하기 위해 아이들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정치 뉴스를 요약한 후 자기 생각을 적고 학급 학생들과 토론을 진행한다. 나아가 학생들에게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정당 가입, 시위 등 적극적인 정치 활동을 권장하기도 한다. 독일의 이러한 정치 교육은 입시를 위한 주입식 교육을 일삼는 한국 교육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정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앞서 언급했듯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정치’ 과목을 진로 선택 과목으로 지정하고 수능 응시 과목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익명의 고등학생 A 씨는 “학교에서 정치 관련 특강을 개설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남겼다.


서울대에 다니고 있는 조수빈(언어·3) 씨는 “일률적인 교육 환경에서 벗어난 청년에게 정치는 온전히 본인의 선택”이라면서도 “선택 이전에 충분한 정보 제공이 없다면 정치 교육과 같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실질적 정치 교육이 포함되기 어렵다면, 정부 차원에서 각 학교에 자체적인 정치 교육 과정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학교 차원에선 정치 관련 교육을 필수적으로 수강하도록 해 청년들의 정치 지식이 향상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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