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으로 외친 ‘야호’, 단숨에 날아간 걱정
속으로 외친 ‘야호’, 단숨에 날아간 걱정
  • 이은정 기자
  • 승인 2022.11.08 14:59
  • 호수 14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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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가을 단풍 등산

드디어 힘들었던 중간고사가 끝났지만, 시험을 망쳐서일까? 왠지 무기력했다. 시험 기간 동안 책상 앞에만 앉아있어 답답하고 몸도 찌뿌둥해진 것 같았다. 기자는 오랜만에 시원한 바깥 공기도 쐬고 뭉친 근육도 풀기 위해 등산을 가기로 결심했다. 제대로 된 등산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초보도 오르기 쉬운 산을 검색했다. 학교 인근에 위치한 산 중 대지산에 난도가 비교적 낮은 등산로가 있었고, 기자는 시험이 끝난 주말에 바로 대지산으로 향했다.

대지산의 등산로 입구다.
▲ 대지산의 등산로 입구다.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등산로 입구로 출발했다. 가는 동안 버스 안에서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설레는 마음을 달랬다. 버스에서 내려 등산로를 들어가기 전, 등산하다 지칠 때 간식거리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렀다. 샌드위치와 에너지를 충전해줄 초코바, 소시지 등 제일 좋아하는 간식들로 골라 나오니 등산로 입구에 세워진 산행 안전 수칙 표지판이 보였다. 손에 물건을 들지 말라는 문구를 본 뒤 습관처럼 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간만의 운동을 위해 착용한 스마트워치를 켜 운동 앱으로 하이킹 기록을 측정했다.

 

▲ 스마트워치로 하이킹 기록을 측정했다.

 

먼발치에서 대지산을 보니 단풍잎으로 노랗고 붉게 물든 풍경이 매우 아름다웠다. 산으로 직접 들어와 둘러보니 사방은 알록달록하게 더 다양한 색을 입은 모습이었다. 멀리서 봤을 때는 전혀 몰랐던, 수많은 색깔이 존재했다. 가을은 사계절 중 산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온도와 습도도 적당하고 미세먼지 수치도 좋아 들뜬 기분으로 힘차게 걸었다.

 

단풍 사이로 내리쬐는 햇빛이 따뜻하다.
▲ 단풍 사이로 내리쬐는 햇빛이 따뜻하다.

 

30분 정도를 쉬지 않고 오르니 금세 숨이 차고 종아리가 욱신거렸다. 가다가 발견한 정자 형태의 쉼터에 올라 잠깐 휴식을 가졌다. 쉼터 옆의 다양한 운동기구를 이용해 굳어있던 몸을 풀기도 했다. 나무 의자에 걸터앉아 쉬는 동안 쉼터를 지나치는 많은 등산객을 볼 수 있었다. 귀여운 반려견과 함께 산행하는 등산객들을 보며 절로 웃음이 나기도 했다. 쉼터에 온 또 다른 노부부는 기자에게 살갑게 말을 걸어주시고 귤도 건넸다. 마침 배가 고파 간식을 꺼내 나눠 먹으며 그들과 대화하다 보니, 시험 준비로 외롭고 지쳤던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등산을 위해 준비한 간식이다.
▲ 등산을 위해 준비한 간식이다.

 

휴식을 끝내고 다시 정상을 향해 오르던 중 청설모를 마주쳤다. 매우 빠르게 지나가서 사진으로 담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그러한 마음을 뒤로한 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다 보니 등산을 시작할 때 쌀쌀했던 아침이 지나고 날씨도 온화해졌다. 특히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따뜻하고 기분 좋은 햇빛을 쬐다보니 어느새 땀이 나 겉옷을 벗어 가방에 넣었다. 그때쯤 대지산 정상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였고, 기자는 더욱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음이 급해진 순간 여러 개의 갈림길이 나왔다. 초행길에 혼자 등산을 하던 기자는 조금 위험하지만 가파른 길을 택했고 그 방향으로 오르다보니 암반 노출이 심한 구간이 나왔다. 기자는 조금 가파라도 빠르게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욕심에 그대로 올라갔다가 결국 발목을 삐끗하고 말았다. 근처 벤치에 앉아서 쉬었더니 금세 괜찮아졌지만, 더 이상 등산을 재개하기엔 무리가 있겠다는 생각에 하산을 결정했다. 아쉬운 대로 마지막으로 대지산의 절경을 바라보며 속으로라도 “야호”를 외쳤다. 큰 소리를 내면 야생동물들이 놀랄 수 있다고 들어서다.


하산은 등산보다 힘이 덜 부쳤지만 바닥에 쌓인 흙과 낙엽이 미끄러워서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졌다. 발가락까지 힘을 준 채로 출구까지 무사히 내려온 뒤에야 비로소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출구 옆에 설치된 에어건을 통해 옷에 묻은 먼지를 탈탈 턴 뒤 개운한 마음으로 귀갓길에 나섰다. 비록 정상까지 가지는 못했어도 최선을 다한 생애 첫 등산이었고, 스마트워치에 남은 하이킹 기록을 보니 뿌듯함도 밀려왔다. 무엇보다 학업 스트레스로 마음에 묵은 체증이 풀린 것만 같았다. 마음을 환기할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등산을 해보는 건 어떨까? 기자도 다음에는 꼭 정상에 오르리라 다짐했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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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nect@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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