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단풍같이
불꽃처럼, 단풍같이
  • 김준수(사학·1)
  • 승인 2022.11.22 16:12
  • 호수 149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든 계절마다 나뭇가지에서 피고 지는 것은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봄에는 꽃이, 여름에는 풀잎이다. 가을에는 낙엽이, 겨울에는 눈꽃이 나무의 가지에 피어오르고 떨어진다. 그중에서 나는 가을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가을이 되면 피어오르고 떨어지는 낙엽을 좋아한다. 그러나 내가 으뜸인 것을 낙엽으로 치는 것에는 한가지 이유가 있다.

 

‘나뭇잎은 떨어지기 전 가장 화려하게 불타오른다’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이 문장이 나에게 낙엽이 피어오르는 가을을 기대하게 했다. 햇살이 점차 수그러들고 하늘이 높아지며 말들이 살찌기 시작하면 나는 나뭇가지에 피어날 가장 화려한 불꽃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누군가가 말했던 것처럼, 올해가 가기 전에 하늘에서 피어나는 불꽃놀이가 열린다는 그 예고와 함께 나무 아래에서 자연은 모두에게 열리는 공연의 예매권을 뿌린다. 성별, 지위, 나이, 재산과 관계없이 공평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해주는 자연에 나는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어느 때는 낙엽이 야속할 때가 있다. 어찌하여 떨어지기 전에 가장 빛나고 불타는 것일까, 그 평생을 푸르고 변화 없는 나뭇잎으로 보내다가 왜 하필 떨어지기 직전인 한 달에 가장 아름다운 것일까. 관람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나무에서의 불꽃놀이가 끝났다는 것을 알게 되는 그 심경이란. 야속하기도 하며 고맙기도 한 낙엽을 생각하며 오늘은 다른 기분이 들었다. 자연은 낙엽으로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사람은 인생을 살면서 한 번씩은 불타오르는 때가 있다. 그것이 언제일지, 어떻게 불타오를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언제라도 타오를 수 있는 가슴을 품고 살아간다. 그러나 인생의 마지막에서 불타오르지만은 않는다. 마치 낙엽처럼, 떨어지기 직전에 자신의 모든 것을 불씨에 내던지고 타오를 수도 있지만, 모두가 그러지는 않는다. 언제나 초록빛으로 있지 않고 불탈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난 이 세상에서 불타오르는 사람들을 보며, 붉은빛과 노란빛, 푸른빛이 공존하는 세상을 보고 있다.

김준수(사학·1)
김준수(사학·1) 다른기사 보기

 dkd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