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결심이 작심삼일 안 되려면
새해 결심이 작심삼일 안 되려면
  • 송새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1.03 13:52
  • 호수 14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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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깨진 유리창 이론
▲ 깨진 유리창 이론을 잘 기억해 뒀다가 올해 계획은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하자.
▲ 깨진 유리창 이론을 잘 기억해 뒀다가 올해 계획은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하자.

매년 1월이 되면 헬스장은 신규 회원들로 북적인다. 새해에 다이어트나 몸만들기를 목표로 세운 사람들이 많아서다. 안타깝게도 그리 오래되지 않아 이들 중 많은 사람이 자취를 감춘다. ‘내일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결심을 반복하며.


결심에는 큰 각오가 필요하다. 대단한 마음가짐으로 시작하지만,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듯 며칠만 지나면 흐지부지되기 쉽다. 이때 우리는 온갖 변명들로 합리화하며 마치 정말 ‘딱 한 번만’ 어기고 나면 다음 날부터 다시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리고 그 착각은 다음 날 보기 좋게 깨진다. 한 번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왜 꼭 한 번이 두 번되고 두 번이 세 번돼 결국엔 아예 포기하게 만드는 걸까?


범죄심리학에서 ‘깨진 유리창 이론’은 유리창에 작은 금이 가면 결국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 결국 유리창이 완전히 깨지는 것과 같이 작은 문제를 그냥 방치하면 생각지도 못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이 이론은 뉴욕 지하철의 범죄율 감소 사례 때문에 잘 알려지게 됐다. 뉴욕 지하철의 범죄를 줄이기 위해 뉴욕 지하철 사장인 데이비드 건은 지하철 환경개선 작업을 시작해 낙서 없는 깨끗한 지하철을 유지했다. 또한 당시 지하철 경찰서장이었던 브래턴은 지하철의 강력범죄를 줄이기 위해 비교적 사소한 범죄인 무임승차부터 없애면서 범죄율이 현저하게 낮아졌다. 뉴욕 지하철의 낙서와 무임승차가 바로 유리창의 작은 금이었던 것이다. 이를 해결하니 유리창은 깨지지 않았다.


심지어 이 깨진 유리창 이론은 단순 규범 위반의 차원을 넘어 범죄에도 적용된다. 한 실험에서는 공공장소에 있는 우편함에 지나가는 사람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5유로가 들어있는 편지 봉투를 입구에 물려 놓았는데 우편함과 그 주변이 깨끗한 경우에는 13%만이 돈 봉투를 가져갔지만 지저분했을 때는 27%의 사람들이 가져갔다.


범죄 현장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도 이론은 적용된다. 며칠간 바빠서 설거지를 못 했다면 한두 개 쌓일 때는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위에 하나 더 얹어 놓는 건 큰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정돈되지 않은 물건들도 하나가 흐트러지기 시작하면 연쇄적으로 주변에 다른 것들까지도 너저분해진다. 반대로 빛나게 청소해둔 후에는 함부로 물건을 아무 데나 두지 않게 된다.


그나마 방은 지저분해지는 게 우리 눈에 보이는데 우리 머릿속에 있는 흐트러진 것들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아서 더 문제다. 해야 하는데 미뤄뒀던 일들, 생각만 하고 하지 못한 것들, 이런 게 쌓여가면 어느 순간 과제는 한가득 안은 채 시간에 이끌려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수도 있다. 우리가 결심한 일들도 마찬가지다. 다짐한 것들을 매일매일 해나갈 때는 하나의 오점도 남기기가 조심스럽다. 가능하면 완벽한 현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우리의 ‘딱 한 번만’이라는 변명이 여기 끼어들게 되면 두 번째는 덜 조심스럽다.


앞서 말했듯 결심에는 큰 각오가 필요하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어렵게 시작해놓고 ‘딱 한 번만’의 유혹으로 실패하는 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작심삼일이 반복되고 있다면 무엇이 내 유리창에 작은 흠을 내어 깨트리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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