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의 ‘C’는 숙명일까
사르트르의 ‘C’는 숙명일까
  • 양영유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승인 2023.03.07 15:49
  • 호수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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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실존주의 사상가인 장 폴 사르트르(1905~1980)는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라고 말했다.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Birth) 죽을 때(Death)까지 무수한 선택(Choice)의 연속이란 뜻이다. 인간은 누구나 매일 선택의 순간을 맞이한다. “어떤 옷을 입을까”, “점심은 뭘 먹을까”, “저녁에 뭘 할까”와 같은 일상적 선택에서부터 “어느 대학을 갈까”, “무슨 전공을 할까”, “어떤 직장을 가야할까”, “누구를 사랑할까”와 같은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을 경험한다.

좋은 선택은 ‘C 효과’를 가져온다. 기회(Chance)와 변화(Change)다. 잘 한 선택은 새로운 기회를 선사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끈다. 따라서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반면 선택을 잘못 하면 낭패를 보게 된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작가 스펜서 존슨(1938~2017)은 “선택의 순간마다 내리는 결정은 도미노와 같다”고 말했다. 하나의 선택은 실타래처럼 연결돼 다음 선택에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생(生)과 사(死)를 제외하면 인생은 결국 선택과 결정의 실타래다.

선택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강신청, 동아리 가입, 친구 사귀기, 점심 메뉴 고르기 등 일상적인 선택은 고민을 수반한다. 더구나 인생을 좌우할 결정적인 선택은 고민과 고민의 연속이기 마련이다.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T.S. 엘리어트가 말했듯 “모든 순간은 신선한 시작(Every moment is a fresh beginning)”인 까닭이다. 새로운 시작은 신선하다. 새 학기, 새 친구, 새 강의는 모두 행복한 순간의 연속이다.

순간은 순간의 실타래다. 순간은 시간을 축적한다. 청춘의 순간은 격렬하다. 그런데 청춘의 시간은 짧다. 귀중한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 겁 없이 도전하고 부딪히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 도전하려면 선택이 필요하다. 선택은 용기다. 결정적 선택의 용기는 국운과 인류사를 바꾸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鶴翼陣), 윈스턴 처칠의 러시아 대규모 군사작전, 에이브러햄 링컨의 노예제 폐지 등은 위대한 선택의 결과물이다.

선택의 순간엔 용기가 중요하다. 용기는 경험에서 나온다. 청춘은 무수한 경험을 할 특권을 갖고 있다. 도전과 실패는 경험의 축척이다. 데자뷔(Deja vu), 자메뷰(Jamais ve), 뷰자데(Vuja de)를 생각해보자. 데자뷔는 처음 경험한 것을 과거에 경험한 것처럼 느끼는 기시감, 자메뷰는 이미 잘 알고 있거나 경험한 것을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느끼는 미시감, 뷰자데는 옛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느끼며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뷰자데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뷰자데는 치열함과 창조적 파괴를 요구한다. 그래야 기시감과 미시감을 떨쳐버리고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의 말이 가슴에 울린다. “미래는 여러 가지 ‘이름’을 갖고 있다. 약한 자들에게는 불가능이고, 겁 많은 자들에게는 미지이고, 용기 있는 자들에게는 기회이다.” 여러분이 선택한 ‘미래 이름’은 무엇인가.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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