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에 머물지 않기 위해
제자리에 머물지 않기 위해
  • 이용현 기자
  • 승인 2023.03.07 15:56
  • 호수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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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앨리스에게 한 말이다. 소설 속 세계는 어떤 물체가 움직일 때 그 주변 세계도 함께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떤 대상이 변화하더라도, 그 대상의 주변 환경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기에 오히려 뒤처지거나 제자리에 머물고 마는 현상을 붉은 여왕 효과라고 한다. 

6개월 전, 기자가 단대신문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그동안 기자의 정적이었던 삶에 원동력을 불어 넣어줄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였다. 수습 기자로 합격하게 된 후, 취재를 위해 만난 사람들은 기자에게 영감과 그간의 삶을 반추해볼 계기를 줬고 기자가 작성했던 기사들은 책임감과 뿌듯함을 느끼게 해줬다. 마치 잘 짜여진 직장을 만난 것처럼 이곳에서의 활동들은  삶의 원동력이 됐고 기자는 그에 힘입어 더 나은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할 때 경주마가 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는 말처럼 기자 또한 앞만 바라보며 달려가다 보니 제 앞의 장애물을 피하지 못했다. 그 장애물은 바로 만족이었다. 기자로서의 활동으로 생긴 자신감과 자존감이 단대신문의 일원으로써의 ‘적응’이 아닌 ‘안주’가 됐기 때문이다. 그 시점에 단대신문은 앞으로의 발전을 위한 개편 회의를 진행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학을 맞이하면서 방중취재를 하게 됐다.

이미 제자리에 만족해버린 기자에게 성장과 앞날을 위한 단계를 밟고 있는 단대신문은 죽어라 뛰는 것 이상을 요구했다. 방학 중 취재원을 만나는 것은 이전보다 더 많은 시
간과 노력을 요구했고 다음 학기를 위한 사전 취재는 기자에게 여유를 주지 않았다.

특히 매 호 완성된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 신문은 청소년기에 인정받던 ‘최선’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았고 성인이 된 기자에게 ‘결과’를 요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자는 1500호 특집호의 관리 기자로 배정받게 됐다. “특집호 특집 기사를 관리한다니”라는 생각과 함께 처음에는 부담과 걱정이 앞섰고 기자의 장점이었던 자신감 또한 한없이 작아졌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의 변화는 1500호의 특집인 ‘단대신문 발전사’를 위해 과거 단대신문을 보며 일어났다. 한눈에 봐도 오래됐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신문들로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발행해온 1499개의 신문들을 보며 단대신문의 역사 속에 얼마나 많은 기자들이 거쳐갔고 또 얼마나 많은 희로애락이 있었을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전쟁과 가난, 사회의 억압을 이겨내고 다음 신문을 위해 노력한 그들의 모습에 비해 현재 기자의 모습과 걱정은 너무 작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생각과 함께 75년간 있었을 많은 역경을 딛고 1500호까지 온 단대신문을 고작 2면만에 담는 것은 어려웠지만 제자리에 머물지 않았던 우리 대학에 발맞춰 죽어라 뛴 선배 기자들의 노력과 정신은 기자의 마음에 충분히 담을 수 있었다. 

이제는 깨닫게 됐다. 그동안 기자가 했다고 생각한 노력들은 제자리에 머물도록 해줬음을,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성공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의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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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seHyu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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