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경대> 가을의 실종 앞에서
<화경대> 가을의 실종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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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2.12.16 00:20
  • 호수 1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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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지구환경은 난기류의 연속이었다. 우리 나라도 그 기류에 예외 일수는 없었다.
기억하기도 싫은 이야기지만, 올 여름 우리는 1968년 사라호 이후 최대라는 태풍 루사의 위력 앞에 서 보았다.
자연의 힘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였고, 지구 환경파괴로 인해 초래되는 재앙이 얼마나 큰 것인지 값진 교훈을 또 배우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지구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연일 매스컴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야단법석을 떤다. 그러나 그것도 그때 잠시뿐인 것 같다.

얼마 안있으면 언제 그랬냐고 다음 큰 일이 생길 때까지는 관심 밖에 두고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다.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이 옛날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우리 국민의 의식은 일정수준에 많이 못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구가 몸살을 앓고 생태계가 파괴되어 인류에게 미칠 화근이 앞으로 얼마나 큰 것인지에 대한 경고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아직 여기에 대비나 대응방안이 별로 신통치 않는 것 또한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인류가 그 동안 자행한 자연파괴가 너무나 크고 심각하여 앞으로 정말 이러다가 어찌 되는 게 아닌가 은근히 걱정이 앞서간다. 아닌게 아니라, 최근 모두 경험하다시피 우리는 2002년의 가을을 또 실종하고 말았지 아니한가. 올 봄도 오는 듯 바로 여름으로 건너뛰더니 이번에는 또 겨울로 직행하고 말았다.
가을의 정취, 노란 은행잎과 붉은 단풍잎의 아름다움을 눈에 넣기도 전에 추풍낙엽들로 뒤덮이는 가을을 바라보면서 복잡하고 걱정스런 슬픔이 밀려옴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 어느 나라보다도 사계절이 분명하였던 한반도. 그리고 필자의 기억으로는 그리 큰 자연재해를 입어오지 않았던 나라였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사정은 다를 것 같다.
올해와 같이 기상이변으로 인해 자연재해를 또 반복하게 할 것이고, 우리들의 삶에 많은 이변을 연출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눈앞이 아찔해 온다.
우리들 뿐만 아니라 이 땅에 사는 많은 동식물 또한 이상기후에 많은 고초를 겪어 갈 것은 분명하다.

전지구적 현상이야 우리 단독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한반도라도 어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의 방비라도 하며 살아야 옳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모두 잘 아는 사실이지만, 한반도에는 이미 제비들이 돌아오지 않은지 오래이다.
농약 등 살충제의 과다사용이 그 원인이다. 어디 그뿐인가. 까마귀도 요즘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들이 약용으로 쓰기 위해 마구잡이로 남획한 결과라고 한다. 우리 앞을 날쌔게 차오르던 제비도 앞으로 영원히 보지 못하고, 봄의 아지랑이나 가을의 단풍을 보지 못하게 된다면 앞으로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게 될지 복잡한 속상함이 밀려온다.

한반도의 자연을 두고, ‘하늘은 솔개가 날아다니는 멋을 잃어버렸고, 노란 병아리 뛰어 노는 마당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렸다’고 한 어느 농사꾼 글쟁이 노인(전우식)의 장탄식을 새삼 음미하게 되는 초겨울이다.
이번 겨울은 또 어떠할까? 어떤 기상이변이 우리네 삶을 절망과 한숨으로 모아갈지 걱정이 앞선다. 과학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우리네 삶을 걱정해야 되는 이 무슨 궂은 운명이란 말인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모두를 취하자고 하면 사치스러울테고 그 중 단 하루만이라도 편히 살아보자.

변호걸 동우<안양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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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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