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경대-총선 이후 단상
화경대-총선 이후 단상
  • 최재선
  • 승인 2004.04.22 00:20
  • 호수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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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끝났다. 그간의 경위야 어떻게 되었던 간에,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집권 열린 우리당의 압승, 한나라당의 선전, 민주노동당의 약진, 그리고 민주당과 자민련의 몰락이 올바른 평가인 것 같다. 그러나 이런 평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가장 든든한 수확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는’ 우리당은 사실 어떤 점에서 보면,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 증거는 여럿이다. 우리당의 승인(勝因)이 탄핵안 가결에 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잊었는가?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의회 쿠데타라는 조롱을 받으면서까지 대통령을 탄핵하게 된 이유가 속칭 ‘총선 올인 전략’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말이다. 사실관계는 헌재에서 판단할 일이지만, 집권여당이 총선에 쏟아 부은 그 동안의 열의와 노력에 비추어 볼 때 우리당이 이번 선거에서 이겼다는 평가는 1년도 안된 과거를 잊고 있는 우리의 허물이 아닌가 싶다.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의 이른바 ‘징발’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대목이다. 의석의 3분의 2 정도는 얻었어야 그 동안 들인 공에 값하는 것이 아닌가?
정동영 의장 개인을 놓고 볼 때도 우리당은 기쁨을 만끽하기에는 아직 이르고, 승리를 축배를 마시기에는 갈 길이 멀다. 개인의 말실수인지 아니면 영남권 신문이 보도한 바와 같이 ‘음모론’에 입각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를 놓고 본다면, 차기를 도모하는 그로서는 어쩌면 영원히 벗을 수 없는 꼬리를 달게 된 셈이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평가를 받아왔고, 예로부터 효(孝)를 숭상하는 우리나라에서 ‘노인폄하발언’은 어느새 그에게 지울 수 없는 큰 허물이 되어 버렸다. 경위를 설명할 겨를도 없이 백배사죄했음에도 우리 어르신들이 대노한 진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하는 것이 그에게 남겨진 또 다른 숙제라 할 수 있다.
또 따져 보아야 할 구석이 있다. 언론에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역시 지역주의 구도가 깨지고 않은 것으로 보인다. 차령산맥을 중심으로 황금분할이라고 할 정도로 동서로 갈라진 형국이다. 노인폄하 발언만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등장이 이 같은 상황을 다시 만든 변수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문제는 본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동영 의장과 박근혜 대표는 차기 대선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지금과 같은 지역분할구도가 그대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런 구도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특별한 요인이 등장하지 않는 한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한 곳 밖에 없다. 바로 수도권이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당이 수도권을 차지했지만, 앞으로 수도권을 어떻게 장악하느냐가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서울의 경우 역시 강남, 서초, 송파는 특정정당의 몫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수도권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양당체계가 형성된 현재의 정치구조에서 패권을 가리게 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여기에 힘을 보탤 수 있는 것이 민주노동당이다. 민노당은 이념적 성향으로 볼 때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한나라당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이런 점 때문에 정치전문가들이 민노당이 우리당과 선별적으로 정책연대를 할 것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민노당이 세를 불리더라도 차기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우리나라 정치토양에서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민노당의 손을 잡는 것도 차기를 꿈꾸는 분들에게는 몹시 중요하다. 그 당에서 그렇게 한다면 말이다.
최재선<한국해양개발원 정책동향연구실> 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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