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몇 번으로 과제 ‘뚝딱’ 대학가 챗GPT 열풍… 약인가 독인가
질문 몇 번으로 과제 ‘뚝딱’ 대학가 챗GPT 열풍… 약인가 독인가
  • 강서영·서다윤 기자
  • 승인 2023.04.04 15:30
  • 호수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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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과제도 돕는 세상이 왔다. 1950년대에 최초로 등장한 대화형 AI 서비스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Open AI’가 작년 11월에 공개한 ChatGPT-3.5 (이하 ‘챗GPT’)는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제 AI와의 대화 몇 번이면 많은 지식을 손쉽게 정리할 수 있다. 왜 세상이 인공지능 챗봇에 열광하는지 알아보자.

 

챗GPT, 직접 체험해보니
챗GPT와 대화를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챗GPT 사이트에 접속해 로그인을 한 뒤, ‘Try ChatGPT’ 버튼을 클릭하면 끝이다.


기자는 챗GPT에 첫 질문으로 자기소개를 요청했다. 그러자 “저는 Open AI에서 만든 Chat GPT라는 인공지능 언어 모델입니다. 질문이나 대화가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라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대화형 AI 모델은 현재 구글이 개발한 BERT와 T5, ‘페이스북(Facebook)’이 개발한 RoBERTa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네이버’와 ‘카카오’도 각각 서치GPT와 코GPT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챗봇 인기의 이유에 대해 챗GPT한테 물어보니 최근 대규모 AI 언어 모델이 발표돼 자연어 처리 분야의 성능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 AI 언어 모델을 활용한 신기술이 늘어난 점, 코로나19로 인해 AI 비서의 필요성이 높아진 점을 그 근거로 내놓았다.

 

질문 던지며 원하는 정보 범주 좁혀
편리함↑… 답변 수준은 아쉬워


챗GPT의 정보 수집 능력을 파악하고자 곧바로 본지에 관한 정보들을 물어봤다. 기자가 “단대신문을 알고 있냐”고 묻자 챗GPT는 “단대신문이 어떤 내용인지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면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질문의 범주를 좁혀 ‘단국대학교 학보사’라는 구체적인 단어를 던지자 훨씬 수월하게 답변을 이어 나갔다. 

 

기자는 챗GPT에 본지의 ‘현재 인원’, ‘수습기자 모집 기간’, ‘지면 발행 호수’ 등의 정보를 요청했다. 단대신문에 대한 소개는 원활했으나 정량적, 수치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못했다. 챗GPT의 답변은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가져온 지식과 정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다 보니 정확하지 않은 정보도 많다. 기자가 물어본 단대신문의 정보에도 오류가 섞인 답변이 여럿 있어 정보의 낮은 신뢰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정보 활용 편리 vs AI 의존도 높아져
우리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도 챗GPT를 활용해 과제를 한다는 게시글이 적지 않다. 교육계는 챗GPT의 정보 수집 기능을 눈여겨보고 활용 중이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챗GPT를 체험한 후 느낀 장단점처럼, 재학생들에게도 이들의 쓰임에 대한 규제는 치열한 논제다. 


본지는 10면 <웅담>에서 재학생 64명을 대상으로 「GPT를 비롯한 대화형 AI 서비스를 교육용으로 사용해도 되는가」에 대한 자체 설문을 진행했다. 찬성과 반대 각각 29표, 중립 6표로 찬성과 반대 의견의 비율이 같았다.

 

▲ 기자와 챗GPT의 질의응답 채팅이다. (일러스트 김민서 기자)
▲ 기자와 챗GPT의 질의응답 채팅이다. (일러스트 김민서 기자)

 

대화형 AI 서비스를 교육용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김시준(국제경영1)씨는 AI 챗봇의 편리함을 장점으로 꼽았다. 김 씨는 “인터넷에 널리 퍼져 있는 방대한 정보들을 AI가 정리해서 보여주니 과제를 할 때 쉽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다”고 그 효과를 밝혔다. 김준원(스페인2)씨는 과제를 할 때 사전과 교재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가 문제 되지 않는 것처럼, 챗GPT 이용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한편 반대 입장의 노수민(공공정책·야3)씨는 챗GPT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과제의 창의성, 공정성 같은 부분의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특히 “과제는 직접 자료 조사를 하면서 실질적으로 공부가 되는 건데, 챗GPT를 사용하면 지식을 얻는 효과가 떨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성진(수학교육2)씨는 AI의 표절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인용한 자료의 출처를 남겨야 하는데 챗GPT는 허가 없이 자료를 쓰는 것이기에 저작권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표절·의존도 문제, 어떻게 대응하나
우리 대학 교수진 20여 명에게 ‘챗GPT의 과제 활용’에 대한 견해를 물어봤다. 이들 중 대다수는 챗GPT의 교육업계 영향력을 아직 실감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재학생들이 과제를 위해 챗GPT를 활용하는지에 대한 여부도 잘 파악하지 못했다. 


교수에게도 아직 낯선 챗GPT이기에, 이를 과제로 활용하는 학생들에 대한 규제도 논의 중인 상황이다. 이에 우리 대학 학사팀은 단과대별 교수에게 ‘챗GPT와 AI 활용 관련 사항’을 안내했다. 지침의 주 내용은 강의계획서에 ChatGPT와 생성형 AI 활용 가능 범위에 대해 명시할 것을 권장, 강의계획서에 입력 후 수강생들에게도 수업 내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 활용 가능 범위에 대해 공지였다. 이에 더해 교수의 재량에 따라 답변 내용의 표절 여부를 책정할 수도 있다.


노지현(과학교육) 교수는 “학생들이 챗GPT의 답변에 대해 비판적 판단 없이 과제에 그대로 사용하는 것, AI 답변에 대한 무조건적 수용이 반복될 때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게 될 것”을 우려했다. 


또한 그는 교육업계가 AI 모델 활용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인지하고 있기에 앞으로의 과제 방향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챗GPT에 얼마나 명확한 질문을 하는지에 대한 능력을 평가하고, 챗GPT의 답변을 비판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수집한 정보들을 녹여 답변하는 챗GPT 의존을 막기 위해 일반적이고 전문적인 이론 서술보다는 개인의 경험을 녹인 서술을 평가하는 시험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맞춰 서울대 종교학과는 이번 학기에 ‘챗GPT에 무엇을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의를 편성했다. 노 교수는 “답변의 스토리 구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평가하고 그에 대한 근거를 질문하게 될 것”이라 덧붙였다. 


다른 대학들도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챗GPT를 방지하기 위해 규제와 지침을 제작하고 있다. 부산대는 교육혁신처 주관 ‘교수·학습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챗GPT의 과제 활용을 부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세웠다. 고려대도 모든 교수를 대상으로 ‘챗GPT 활용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연구·학습 윤리 준수, 비판적 사고 능력 개발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결론적으론 학생의 학습 효과를 높이고 긍정적인 교육적 경험을 위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활용할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Epilogue
챗GPT를 비롯한 대화형 AI 모델은 지금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교육업계에서는 이들을 활용한 강의를 제작 중이고, 챗GPT를 활용해야 하는 과제도 내는 추세다. 저작권 문제의 갈림길에 선 대화형 AI 모델이 대학에서도 통용되기 위해 AI 활용 지침도 배포되고 있다. 이에 맞춰 우리도 챗GPT를 활용할 땐 적절한 사회적 규범에 따르며 충분한 윤리 의식을 지킬 때 비로소 챗GPT를 제대로 활용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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