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로 모든 곳에 닿는 그날까지
휠체어로 모든 곳에 닿는 그날까지
  • 유영훈·이용현 기자
  • 승인 2023.05.09 15:47
  • 호수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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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

 

 

Prologue

“지하철 탑승구 틈 사이에 바퀴가 빠져 움직일 수 없을 때, 체험을 하는 중이었음에도 언제 닫힐지 모르는 스크린도어를 보며 당황스러웠다.” 직접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탑승한 기자가 남긴 말이다. 우리 사회에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이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동은 사람이라면 갖는 당연한 권리로 이를 위한 자유는 모두가 평등하게 가진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속엔 장애인의 이동에 방해되는 많은 장애물이 놓여있다. 기자는 직접 그들의 시각에서 사회에 내재돼 있는 장애인 이동의 걸림돌을 경험했다.

▲ 기자가 지하철 3호선 종로3가역에서 휠체어를 타고 직접 이동하고 있다.
▲ 기자가 지하철 3호선 종로3가역에서 휠체어를 타고 직접 이동하고 있다.

 

그들을 가로막는 장애물
우리는 자신과는 다른 세상을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장애인의 세상이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의 규격에 맞춰진 세상 안에 공존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지만, 아직 세상은 넘기 힘든 벽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이 이동하기에는 현실의 장애물이 너무 많다. 


기자는 사회적 약자의 교통수단 이용 불편을 알기 위해 ‘천안시 장애인 종합복지관’을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중증 뇌병변 장애인 박지희(54)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괜히 눈치가 보이고 버스가 휠체어 앞에 정확하게 정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또한 버스가 정차하고 탑승과 하차를 위해 램프를 설치하면 정차 시간이 늘어나서 다른 이용객의 눈치가 보이기도 한다. 박씨는 “기사님이 발판을 수동으로 내려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려 그 시간 동안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애인 콜택시도 이동을 위한 방법이지만 그 역시도 녹록치 않다. 콜택시 배차는 평균 한 시간으로, 박씨는 배차 시간 탓에 한겨울에 택시를 1시간 넘게 기다린 적이 있다는 경험을 전했다. 그는 “멀리 떨어져 있는 장애인 콜택시가 배치되는 경우가 많아 배차 후 택시가 오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우리가 모르는 장애물이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었다.

 

시선을 맞춰야 보이는 그들의 길 
기자는 장애인 이동의 현실을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해 서울역에서 죽전캠퍼스가 있는 죽전역까지 직접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 봤다. 대학까지 휠체어로 이동 가능한 수단은 지하철뿐이었다. 평소와 같다면 서울역에서 캠퍼스 내부로 가는 8100번 광역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었겠지만, 해당 노선엔 휠체어 탑승을 위한 저상버스가 없다보니 광역버스 탑승에 제약이 있었다. 버스를 이용해서 이동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기자는 처음부터 당황했다. 다시 침착하게 가는 길을 찾아보니 지하철을 통한 경로의 이동 시간은 1시간 40분이었다. 기자는 죽전역까지 걸리는 평소 이동 시간과 비슷해서 휠체어를 탑승했음에도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라 여겼다. 


그러나 직접 이동해보니 너무나도 달랐다. 평소라면 걷고 뛰어서 통과할 수 있을 개찰구도 휠체어를 타고선 하나밖에 없는 넓은 개찰구를 찾을 수밖에 없었으며 플랫폼으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도 속도가 느린 경우가 많았으며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인원이 많아 탑승할 공간이 부족했다. 결국 기자는 지하로 내려가기 위해 5분 이상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야 했다. 

▲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기자의 모습이다.
▲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기자의 모습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만들어진 지 비교적 오래된 1호선의 종로3가역의 경우에는, 탑승구의 틈이 넓어 휠체어의 바퀴가 끼기도 했다. 지하철과 탑승구 사이의 고저 차이가 있을 땐 타고 있던 휠체어가 턱에 걸려 올라가지 않는 문제도 발생했다. 결국 기자는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도곡역에 도착한 뒤 수인분당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지하철에서 내린 기자는 당황했다.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는 경사로의 경사가 높아 뒤로 넘어갈 뻔했기 때문이다. 겨우 균형을 잡아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고, 그렇게 죽전역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출발 전 확인한 시간보다 1시간 더 늦은 2시간 40분이 걸렸다. 그들의 방식으로 이동하니 시간이 훨씬 더 걸렸고 체력적으로도 크게 무리가 됐다. 

 

그들의 장애물을 없애는 이들
직접 장애인의 이동을 체험해 보니 그들을 돕는 기관은 어떤 곳이 있는지 궁금해져 장애인 이동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기관을 찾아가 봤다. 먼저 장애인의 이동 권리를 향상하기 위해 설립된 서울시 금천구에 위치한 사단법인 ‘그린라이트’로 향했다. 


사무실에 들어가 담당 매니저와 간단한 인사를 마친 뒤 기자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다양한 휠체어였다. 휠체어들은 탑승자가 직접 바퀴를 밀며 타는 보편적인 형태가 아니었다. 기존의 휠체어에 전동화 키트를 결합해 방향 조종과 이동을 전동으로 조작하는 구조였다. 혹은 조이스틱으로 조작하거나 자유로운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기자는 기술의 발전이 장애인에게 이동의 자유를 더 넓혀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어 장애인 이동을 위해 힘을 쓰고 있는 ‘서울시 시각장애인 생활 이동 지원 센터’에 방문해 센터의 전반적인 관리를 맡는 김대근(56) 사무처장을 만났다. 이곳에서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혼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돕고 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제약이 많은 시각 장애인을 위해 ‘복지콜’ 과 ‘바우처 택시’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에 따라 장애인들은 직장으로의 출퇴근, 병원 통원, 민원 업무 처리 시 동행과 장보기나 외출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복지콜의 경우 서울시로부터 지원을 받아 저렴한 가격에 장애인들의 이동을 돕는 서비스다. 김 처장은 “24시간 동안 비장애인들의 콜택시 역할을 해주며, 가격은 일반 대중교통 운임비용의 3배를 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조차도 특정 지역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아쉬웠다.

▲ 김대근 사무처장이 복지콜 배치 현장을 보고 있다.
▲ 김대근 사무처장이 복지콜 배치 현장을 보고 있다.

 

기자는 김 처장에게 시설 곳곳을 소개받으면서 여러 번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그의 시선 처리에서 조금씩 위화감이 들었다. 놀랍게도 김 처장 또한 시각장애를 앓고 있었다. 시설 내부를 본인의 집처럼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며 직원들을 소개했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답변이었다. 그는 “나 또한 장애를 앓고 있기에 장애를 가진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고 또 이들을 돕는 일에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처장을 보며 기자는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진심 어린 노력을 다시금 알게 됐다.

 

Epilogue
장애인의 입장에서 이동을 하니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사회 속 장애물이 많았다. 대중교통의 불편한 이용환경, 건물 출입구 계단 등의 물리적인 장애물이 이들에겐 큰 문제로 다가온다는 사실도 실감했다. 그러나 다행히 사회 곳곳에 장애인 이동 문제를 돕기 위해 지원하는 많은 민간, 공공 기관들이 있다. 이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장애인 이동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우리가 거의 느끼지 못하는 불편들을 매일 겪고 살아가야 하는 그들에게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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