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한편의 영화
<백색볼펜>한편의 영화
  • <賢>
  • 승인 2002.12.16 00:20
  • 호수 1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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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 영화의 성공여부는 흥행 성적으로 판가름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몇 명의 관객을 동원했냐는 물음이 영화가 성공했냐는 물음을 대신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영화는 제작단계부터 영화자체의 ‘작품성’보다는 오로지 관객 동원에 전력을 다하는 경우도 있다. 치열한 영화 세계의 생존 경쟁과 맞물려 흥행이라는 ‘숫자놀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성보다는 흥행을 우선시하는 이런 영화계 풍토는 우리사회에 만연된 ‘승리지상주의’적 발상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경쟁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오직 상대보다 더 나은 결과, 훨씬 많은 ‘숫자’만을 추구한다. 마치 ‘역사는 승리자만을 기억한다’라는 말을 전면에 내세우듯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작품의 완성도가 얼마나 높은지, 그 과정이 어떠한지는 뒷전이다.

◆최근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통령후보의 후보 단일화가 합의 되었다. 명분은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를 대선에서 이기는 것이다. 이들의 단일화 논의는 지금의 지지율로는 누구도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엇비슷한 2등 두 명의 지지자수를 합치면 1등보다 많아진다는 단순한 ‘숫자놀음’논리다.

◆이 두 후보의 정책과 이념, 노선의 공통분모를 찾기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만큼이나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두 후보가 단일화하는 과정은 불가-제의-타결이라는 공식대로 풀려나가고 있다. 마치 누군가에 의해 짜여진 시나리오처럼 말이다. 이것이 그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는 상황이라면, 이 작품은 정말 흥행만을 노린 ‘작품성’없는 한 편의 상업 영화와 다를 바 없다.
<賢>
<賢>

 skull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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