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스포츠 축제 ‘올림픽’이 프랑스 파리에서 오는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열린다. 이번 올림픽에는 ▶브레이킹 ▶스케이트 보드 ▶스포츠 클라이밍 ▶서핑 4개 종목이 추가됐다.
종목을 보면 올림픽조직위원회(IOC)의 최대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바로 올림픽이라는 스포츠 이벤트를 즐기는 콘텐츠 소비자들의 고령화 문제다. TV 중계권료로 엄청난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는 IOC에 시청자의 고령화 문제는 심각하다. 특히 젊은 콘텐츠 소비자들이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올림픽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 시청률이 역대 최저였다는 사실은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이런 이유로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있는 스포츠를 올림픽 종목으로 추가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서 IOC가 고민하는 것이 바로 ‘e스포츠’의 정식 종목 채택 여부다. ‘e스포츠’는 비디오 게임을 이용한 개인·팀 간의 대결 경기다. 젊은 콘텐츠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비디오 게임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받아들일지는 IOC의 심각한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IOC의 고민은 2020년 도쿄 ‘올림픽 버추얼 시리즈(Olympic Virtual Series)’라는 이름으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야구, 사이클 등 5개 종목의 스포츠 게임으로 조심스럽게 ‘e스포츠’의 문을 두드렸고, 이어 2023년 싱가포르에서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공식 국제대회를 선보인다.
한편, IOC는 리그오브레전드나 스타크래프트, 포트나이트 같은 인기 게임의 종목 채택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중한 편이다. 게임 속에서 나타나는 폭력성이 올림픽 정신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임 포트나이트는 IOC의 요청을 받아들여 폭력적 요소인 대인사격을 제거한 후 종목에 채택될 수 있었다. 포트나이트를 제외한 다른 종목들은 기존의 올림픽 경기 종목을 비디오 게임화한 것들이어서 IOC의 e스포츠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준다.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끌고는 싶지만, 그렇다고 올림픽의 정통성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지금. 세대마다 콘텐츠를 바라보는 느낌이 다르기에 IOC의 이런 시도가 기존 콘텐츠 소비자와 젊은 층 모두에게 편안하고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갈 수도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칫 기존 시청자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지고, 젊은 층에게는 우스꽝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최악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지금은 미래를 위해서 실험을 해보는 차원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콘텐츠는 결국 소비자의 반응에 따라서 계속 변화하고 새로운 것이 나타난다. 스포츠 콘텐츠도 시대가 변하는 것을 거스를 수는 없다. 과연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가 올림픽을 미래 세대에게 인기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고찬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