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란메이와(爛尾娃·부실 자녀)’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저임금 직종에서 일하거나 부모의 연금 등에 의지해 사는 청년층을 의미한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부실·미완공 건물을 뜻하는 ‘란메이러우(爛尾樓)’에 빗댄 ‘란메이와’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극심한 청년 취업난을 특집으로 다루면서다.
중국은 올해 역대 최대인 1,179만 명이 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청년들은 꿈을 펼치지 못한다. 실업률이 20%를 넘나든다. ‘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는 의미의 ‘탕핑(쏭平)족’이란 용어도 있다. 경제 성장세가 꺾이고 빈부 격차, 소득 격차가 심화하면서 발생한 중국의 청년실업 문제가 국제적인 화제가 될 정도다.
청년 실업문제는 중국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심각하다.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무직자’를 뜻하는 니트족(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증가하고 있다. 일도 하지 않고 구직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니트족 청년(15~29세)이 44만 3,000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통계청, 7월 통계자료).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니면서 그저 쉬려고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건강한 청년이 44만 명을 넘어섰다는 현실은 충격적이다. 더 충격적인 일은 이들 중 75.6%(33만 5,000명)는 “일할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와 임금 수준이 맞지 않고,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결혼과 출산, 내 집 마련의 꿈을 펼치기 힘들다고 절망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복잡다기한 난제의 복합체다.
청년 니트족에게 무조건 눈높이를 낮추라고 강요하는 건 ‘꼰대 짓’에 불과하다. 근본적으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바꾸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제도적 혁신이 절실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양극화, 주택가격 급상승 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청년의 꿈과 의지를 되살리기 힘들다.
청년들이 ‘그냥 쉼’을 선택해서도 안 된다. 스티브 잡스는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은 하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해서 후회한 일보다 하지 않아서 후회한 일이 더 큰 회한으로 남으니 두려워 말고 도전하라는 의미다. 괴테는 “큰일을 성취하고자 한다면 나이를 먹어도 청년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용광로 같은 청년의 열정을 낭비하지 말라는 얘기다.
청년은 대한민국의 미래다. 이제 개강과 함께 가을 취업 시즌에 돌입한다. 청년들이 ‘그냥 쉼’으로써 부실 자녀, 탕핑, 니트족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기성세대가 만든 불합리한 사회구조와 노동시장 양극화에 굴복하지 말고 용렬하게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무책임, 기성세대의 이기주의, 산업구조의 후진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통렬한 각성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