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다양성을 인정함에 대하여
백묵처방-다양성을 인정함에 대하여
  • 한경호
  • 승인 2004.06.05 00:20
  • 호수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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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을 인정함에 대하여우리는 재미있게 살고 싶다. 영화도, 이야기도, 사람도, 심지어 강의도 똑같은 것을 들으면 재미없다. 호기심은 우리를 새로운 것을 배우게 하는 힘이다. 영화를 보는데도 이제껏 보아왔던 내용, 인물, 또는 그래픽 등을 보면,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된다. 강의도 강좌명을 보면 뻔해 보여 들어와 앉았는데, 강사가 특이하거나, 강의 방법이 특이하면 잠시일지라도 한번 들어보자는 생각이 든다. 필자 역시,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소설, 강의, 영화 그리고 연설을 들으면 당연히 지루하게 느낀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다양함을 원하고 있다. 다른 말로 재미있는 삶을 원한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다양성에 대하여 말하고 싶다. 빛의 삼원색이 빨강, 파랑, 노랑이다. 이 세 가지 색을 좀 떨어져서 각각의 색을 유지하도록 공간을 채우면, 우리는 세 가지 색깔과 각각의 색깔이 겹치는 부분에 다른 색들, 그리고 세 가지가 겹치는 곳에는 검정색도 볼 수 있다. 빛의 삼원색으로 세 가지 색을 약간씩 겹치게 해도 원래의 세 가지 색과 빛의 조합으로 인한 새로운 색깔들, 그리고 흰색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빛이든 색이든 세 가지 색이 각각의 영역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공간을 자기 색으로만 채우려고 한다면, 그 공간에서는 삼원색 자체의 색은 전혀 볼 수 없고 오로지 흰색과 검은색만 볼 수 있게 된다. 즉 삼원색의 존재를 찾을 수 없게 된다. 무지개처럼 빨주노초파남보를 모두 볼 수 있으면 아름답고 또, 그 색을 조합하는 비율에 따라 수만 가지의 색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즉 흑백의 두 가지 논리보다 더 많은 수의 여러 가지 논리가 있다면, 나와는 다른 색깔이라도, 나와 다른 생각을 듣는 것도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상대방의 논리에서 아주 조금이나마 나의 논리에 섞을 수 있다면 또 다른 다양한 논리가 만들어지고 다른 사람이 그 논리에 흥미를 가질 것이며 이런 식으로 계속 새로운 논리가 만들어 질 것이다. 이러한 여러 사람의 다양한 생각은 창조력을 발휘하고 다양한 문화와 학문을 발달시키며 우리의 생활을 재미있게 하는 한 방법이다.
다양함이 존재하려면, 각각의 고유의 의견에게 최소한의 공간을 주어야 그 의견도 나타나고 그 의견이 다른 의견과 섞인 또 다른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 의견의 공간을 없애고 그 자리를 내어주라는 것은 아니다. 물론 존재하는 영역의 크기는 다르겠지만 같이 공존하는 것이다. 나에게는 내 의견이 제일 중요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관계에 따라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의 의견으로 내 의견 자체를 바꿀 수 도 있고, 어떤 사람의 의견은 내 의견에 추가되는 것도 있을 것이고, 어떤 의견은 단지 참고로 하거나, 도리어 내 의견에 더욱 집착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는 각각 자유 의지로 자신이 정할 몫이다. 필자는 자유의지에, 자신의 결정에 대한 자존과 책임을, 그리고 타인의 결정에 대한 존중 내지 배려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요즈음, 우리나라는 많은 갈등이 있다. 남북, 동서의 지역적 갈등이 더 세분화 되어 심지어 서울에서도 강남과 강북이 갈려있는 사회 같은 인상을 받는다. 세대간의 갈등도 심화된 듯하여 한 식구끼리도 선거철이 되면 가족 외의 상황으로 인하여 가족의 화목함이 멍들고 있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받고 있다. 어떤 집회에서는 모이는 사람들의 성향에 다른 성향의 사람이 섞여 있을 때는 심각한 위험조차 느낄 때도 있다. 광화문 촛불 행사에서, 양쪽에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 서 있으려면 주위의 상황을 잘 보고 서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뒤에서 욕 듣는 것은 당연하고 주먹 한대 안 맞으면 다행일 정도이다. 어느새, 다수의 의견 속에 소수의 의견은 그냥 묻히는 썰렁함 정도가 아니라, 적대시하는 대상이 되어 버렸다. 분위기를 먼저 보아야지 내 의견을 얘기하자면 상당한 용기 아니면 무식함이 필요하게 되었으니 과연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닌 것 같다. 오늘도 보수니, 개혁이니 하는 말을 사람들과 방송, 신문으로 들으면서, 구분의 기준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과거 진보적인 생각은 세월이 흐르면 보수가 되니 지금의 진보적인 생각도 세월이 흐르면 보수가 되는 것이 정해지는 것인지, 아님 내가 기준이 되어 내 편, 네 편을 가르자니, 꼭 맞는 사람도 많지 않다. 흔히 진보, 보수로 구분 하지만, 이미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에 흑과 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의 생각이 다양한 만큼 내 생각도 내 놓으면서 다른 사름의 다른 생각을 배척하지 말고 다를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자. 토론에서도 나와 다른 의견에 반박을 하기보다 상대의 입장에서 내 생각을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아보자. 그럼 우리사회는 빨주노초파남보보다 훨씬 많은 의견이 자유롭게 공존하여 우리의 호기심을 계속 일깨우는 재미있는 문화와 삶이 있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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