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경대
화경대
  • 유인식<동우>
  • 승인 2004.09.21 00:20
  • 호수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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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규 문학제 ”
처서가 지나고 백로가 오고 하면 곧 추석입니다. 아침저녁의 선선한 바람이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합니다. 이제 가을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저는 가슴 밑바닥이 느꺼워집니다.
소설가셨던 선친께서 작고하신 지 올해로 꼭 11년이 됩니다. 이번 9월 16일(목)이 忌日입니다. 그래서 북받치는 눈물을 닦으면서 당신을 기억해 봅니다.
당신은 생전에 ‘事人者人, 事人者天(사람을 섬길 줄 아는 사람이 참사람이고 그가 곧 하늘이다.)’의 정신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글귀를 家訓으로 삼아 엄하면서도 자상하게 올곧은 삶의 모습을 실천으로 보여주셨습니다.
1920년에 나시어 1993년 돌아가실 때까지 당신은 농사를 지으셨고, 그리고 그 체험을 소설로 표혔하셨습니다. 농사꾼 출신의 전업작가셨던 것입니다. 당신께서는 평생 동안 가난한 농민의 한과 농촌 상황의 구조적 모순을 형상화하여 농민문학을 일구시는 데 온 힘을 쏟으셨습니다. 그리고 ‘땅을 하늘’로 섬기는 이 땅 농민의 대변자로서 ‘흙의 정신’을 세상에 보여주셨습니다. 고향인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는 부스머니[富壽門里]라고도 불렀습니다. 대부분 몇 쪽 안 되는 논밭뙈기를 일구며 살아가는 순박한 농촌입니다. 가난한 동네여서 부자로 오래 살고 싶은 소망 때문에 부스머니라고 역설적인 이름까지 붙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대청댐 건설로 물 속에 잠겨버려 옛땅이 되어버린 그 소망도 꿈처럼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 눈을 적십니다.
당신은 1956년 자유문학지에 ‘예순이’와 ‘빈농’이라는 작품이 소설가 이무영 선생(단국대 교수. 1960년 작고)의 추천으로 발표되면서 등단한 이후 ‘농기’ ‘농지’ 등 200여 장단편 소설을 발표한 농민작가십니다.
지난 1999년 5월에는 한국농민문학회(회장:소설가 이동희 단국대 교수)와 옥천군 등 여러 기관의 후원으로 옥천 관성공원에 ‘小說家 柳承畦 文學碑’를 건립한데 이어 작년 10주기를 맞이해서는 그 문학비 앞에서 ‘제1회 유승규 문학축제’를 열고, 추모제와 함께 문학상을 제정하여 소설가인 구인환(서울대 명예교수) 선생이 첫 수상자로 선정되어 제1회 유승규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기관에서 나서서 고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나아가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유족으로서 참으로 뜻깊게 여기고 한량 없는 고마움을 느낍니다. 하늘나라에서도 선친께서 대견해하실 것 같습니다.
지난해에는 그 동안 나온 여러 작품집과 문학전집에 수록되지 않은 작품을 중심으로 <貧農>이라는 이름의 소설집을 엮었습니다. 앞으로 이미 발표된 작품에 遺作을 더하고 日記 및 여러 평론을 정리하여 ‘柳承畦 문학전집’을 발간할 계획입니다.
올해 더욱 뜻깊은 일은 우리 대학교 국문과 출신의 소설가 정동수 선생이 장편소설 ‘꽃비 내리다’로 제2회 유승규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어 기쁨이 두 배입니다.
우리대학과 ‘柳承畦 문학’은 참으로 많은 인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을 추천한 분과 당신을 세상에 알리고 기념하는 데 혼신을 쏟으시며 한국농민문학회를 이끄는 분, 당신을 기려 제정한 상의 수상자, 이 화경대자가 모두 ‘단국’에 적을 두었다는 인연이 그것입니다. 9월 16일의 ‘제2회 유승규 문학축제’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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