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경대>애초에 길은 없었다?
<화경대>애초에 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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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2.12.25 00:20
  • 호수 1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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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동네에 사시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수준(?)과 능력(?)을 멋대로 결정지어 버리는 습성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모양이다. 신혼 초에 송파구 방이동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월세들어 살 때는 “햐...좋은 동네 사시는군요...” 부러워들 하더니, 천신만고 끝에 의정부시 용현동에 서른 다섯평짜리 내 아파트 한칸 마련해서 겨우 숨 좀 돌리고 사는 지금은 오히려 “아니? 그 나이에 왜 거기까지 가서 사세요?” 은근히 무능력자 취급을 받고 있다.
서울특별시를 관통하는 전철 여덟개 노선중에 의정부와 인천, 수원을 오고가는 1호선이 가장 ‘쓰레기차’ 취급을 받는 모양인데, 글쎄다, 그 이유도 아마 그런 것과 무관하지는 않을 듯 싶다. 나는 보통때는 승용차로 출퇴근하지마는, 그래도 이따금씩 자주 1호선 전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데, 실제로, 주변에 앉거나 서 계신 1호선 ‘애승객님’들께서 ‘이누무 똥차..이누무 고물...’등등의 말씀들을 적지않게 내뱉으며 투덜거리고 계시는 것을 보면, 서울특별시민될 능력도 못 갖춘 것들이 서울특별시를 드나들며 밥 벌어 먹고 산다는데 대해 뭔가 응징(?)을 당하고 있는 중임이 확실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얼마 전에 공중파방송의 뉴스프로그램을 보니, 성남시 분당구에 사시는 분들께서 남쪽에 있는 용인지역 신개발 아파트 사람들의 “분당통과 서울행”을 봉쇄하기 위해 바리케이트를 치고 계신 모습들이 보이던데, 으아~~ 그 뉴스와 화면을 보면서 나는, 남쪽 용인이 아닌 북쪽 의정부로 이사를 요구했던 우리 미련 곰탱이 마누라의 슬기 예지, 그리고 선견지명에 엄청나게 감탄했음과 동시에, 저 존경하는 상계동민 중계동민 하계동민 월계동민등등... 통털어 노원구민 도봉구민 성북구민 강북구민 제위께 얼마나 성은이 망극하여이다를 외쳤는지 모른다. 아...실로 고맙지 아니한가 말이다.

가난하고 불쌍하기 짝이 없는, 휴전선 턱밑 경기북부 의정부 시민인 주제에 말이다. 주제넘게시리 다이너스티 한 대, 매그너스 한 대, 자가용을 두 대씩이나 가지고설라무네 말이다. 애비 출퇴근길 꼬박꼬박, 마누라 쇼핑길 꼬박꼬박, 아들녀석 등교길 꼬박꼬박, 저 위대한 서울특별시 도봉구민, 노원구민, 성북구민, 강북구민 제위께서 다니시는 동부간선도로, 도봉로, 미아로 등등을 휩쓸고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다니기만 했는가? 꽉 막아놓는데도 일조를 했음은 물론, 뒤엉키게도 했고, 밀리게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언제? 그 어느길에서? 그 누구 한 분 짜증내시는 분이 계셨나 말이다. 짜증만 안내셨는가? 물론, 길막는 사람은 ‘더더...더구나’ 안 계셨으니 그 고맙지 아니한가 말이다. 그게 바로 성은이지 뭔가 말이다.
분당구민들께서 길에다가 바리케이트까지 치실 때에는 필시 무슨 분통터질 곡절이 있었을 터, 오죽하면 그러셨을까 이해는 간다. 사람들 다닐 길도 안 만든 채 집부터 지어 팔아 제낀 건축업자선생들과, 그런 짓을 허가해준 공무원 선생들에 대한 돌팔매질이지 싶다. 그런 돌팔매질이라면야, 백번 천번 해야 옳다. 아니, 돌팔매질이 아니라 ‘긴또깡’의원님처럼 오물투척을 해버려도 시원치 않을 것 같다. 근데 모르겠다. 분통 터져서 던진 돌멩이, 옆동네 친구녀석의 머리가 깨졌고, 울화통 못 참아 퍼부은 똥오줌은 고스란히 옆집 아주머니께서 뒤집어 써 버렸으니...분당에도 애초에 길은 있었고, 상계동에도 애초에 길은 있었지 싶다. 몇 안되는 사람들이 하늘보며 땅 갈아 먹고 살던 시절, 그래도 그 길은 오손도손 손 잡고 다녔었을 그런 길이었지 싶다. 세상이 하도 복잡해지고, 그래서 사람들도 이리저리 하도 많아지다보니 바리케이트 치고 막아야만 길이 되는 그런 길도 생겨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그런 길, 바리케이트로 막아야만 되는 그런 길은 애초에 그러므로 없었다.

김행철 동우<(주)B&K 컨설팅/ 대표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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