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대학의 본질
<백색볼펜>대학의 본질
  • <煜>
  • 승인 2002.12.25 00:20
  • 호수 10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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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의미의 대학은 스투디움 게네랄레(studium generale)로 알려진 중세학교에서 시작 되었다. 당시의 대학이란 유럽의 모든 학생들에게 개방된 학문의 장소로, 본질(本質) 또는 보편법칙을 연구하는 기관이었다.

◇세월이 흘러 대학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산업사회 이후 정보화 사회까지 이른 지금의 대학은 그 숫자만 해도 헤아릴 수 없으며, 기막힌 것은 이들 대학 모두가 일렬의 숫자로 서열화가 된 현실이다. 덕분에 대학의 교육은 정신적 지주였던 사상과 철학을 버리고, 간판을 따내기 위한 인기위주, 취업위주의 교육으로 바뀐 것도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저널리스트이자 문화평론가 다치바나 다카시는 지난해 출판된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란 책에서 일본 최고의 수준의 학생들이 모였다는 도쿄대에서 시험 답안에 오자(誤字)는 물론 제대로 된 문장도 못쓰는 학생이 대부분이며 뉴튼의 역학도 모르는 채 기계공학과에 진학하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까닭이 문부성의 잘못된 입시정책과 간판에만 신경 쓰는 대학의 교육 탓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다카시의 지적은 우리의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하면 비명문대 혹은 지방대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마치 죄인처럼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 아닌가? 며칠 있으면 각 대학들의 정시모집이 시작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명문대 입성을 위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눈치작전은 시작됐으며, 각 대학들은 보다 높은 서열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자리 싸움을 벌리고 있다. 본질을 잊어버리고 표류하는 대학,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있는 것인가?
<煜>
<煜>

 ohkw@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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