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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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 준 원 교수
  • 승인 2004.10.07 00:20
  • 호수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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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묵처방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얼마 전 학술대회 준비 문제로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방문하였다. 5년 만에 다시 본 헝가리는 예전의 헝가리가 아니었다. 거리마다 넘치는 서구의 차량들하며, 할인 매장을 가득 채운 고급 제품들, 그리고 곳곳에서 만나는 헝가리인들의 영어 구사 능력, 곳곳에서 목격되던 집시 계열의 걸인들의 퇴장(?) 등등 모든 것이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었다.
1988년 공산당 서기장이 교체되고, 1989년 복수정당제를 도입하면서 헝가리는 동유럽에서는 가장 먼저 공산주의 일인독제 체재의 포기와 러시아의 영향으로부터 완전 독립을 선언하였다. 지금도 그 때의 헝가리인들의 가슴 벅찬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그 후 15년이 지난 헝가리는 과감하게 과거 암울했던 동유럽의 이미지를 벗어 버리고 서구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그러나 헝가리가 서구화되는 과정에서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한 사람들은 아직도 조석으로 쓰레기통을 뒤지며 배고픔을 달래는 경우도 간혹 목격되는 반면 과거 공산주의 시절에 치부를 했던 자들은 거대한 고급 주택과 외제차를 굴리며 자본주의의 향락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 또한 헝가리의 현실이다.
헝가리는 오-헝 제국 시절 중부 유럽을 지배했던 역사를 갖고 있고,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으며, 유럽에서 두 번째로 지하철을 건설한 저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나라가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구소련에 의해 많은 영토를 강제 분할 당하고, 유럽의 소국으로 전략하게 되었다. 그들은 수십 년 동안 공산주의 치하에서 몸을 사려야 했고, 그들의 찬란했던 업적들도 쇠퇴해 가기 시작했다. 80년대 말 공산주의 붕괴는 헝가리인들의 잠재 능력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고, 과거 영광을 되찾기 위해 나라 전반에 걸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헝가리에는 철의 장막 시대에 공산독재자의 선전용으로 만들었던 거대한 공산주의 문화 동상들이 많이 있는데 예를 들면, 레닌동상, 마르크스, 엥겔스, 스탈린, 노동자 동상 등 을 한 곳에 모은 동상공원(zobor park)이란 곳이 있다. 또한 house of terror 는 헝가리 나찌당의 본부였다. 1945년과 1956년 사이에 악명 높은 공산당 테러 조직인 AVO(The State security Office)와 AVH (The State Scurity Authority)가 이 건물을 차지하여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헝가리인들이 과거 공산주의 역사 정리 문제에 있어 공산주의 시절의 많은 잔재물들을 파괴시키지 않고 오히려 이를 관광 상품화하거나 후손들에게 역사 공부의 현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헝가리의 역사는 외세의 많은 침략을 받은 점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점이 많다. 그러나 그들은 용서와 사랑으로 국가의 어려웠던 시절을 잘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공산주의를 경험했던 세대는 자식들에게 국가의 소중함을 누누히 강조한다.
그러나 공산주의를 직접 경험하지 못했던 청소년들은 강한 이기주의 성향을 보이지만 헝가리인이란 자부심만은 매우 강하다.
15년 전에 우리나라에 과학차관을 요청했던 나라가 이제는 우리나라와 어깨를 견주려 한다. 정신을 바짝 차려 먼 곳에서 우리를 추월하려는 나라들, 가까이서 우리의 역사를 왜곡해 우리의 뿌리를 흔들려는 나라들, 그리고 과거 영광을 위해 다시 기지개를 켜는 나라들로부터 우리의 주권과 재산을 지키고, 국제 경쟁력을 갖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또한, 작금의 현실을 주시해 볼 때 우리 주변의 많은 불안한 요소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그래도 이 땅은 우리가 가꾸고 정붙여 살아야 할 영원한 우리의 고향이 아닌가? 우리 땅을 사랑하고, 우리 이웃을 사랑하고, 많은 우리 것을 사랑하자. 어느 노래 가사처럼,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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